요즘 주변기기들, 뭔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저만 그런가요?
요즘 들어 주변기기들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제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기기들을 보면 문득 '내가 이걸 다 왜 가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예전만 해도 신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거든요.
스마트워치 하나에 운동 기록부터 수면 패턴 분석, 심지어 오늘 날씨에 따른 옷차림 추천까지 해주니, '이건 필수지!' 싶었죠.
그래서 온갖 종류의 센서, 연결 허브, 그리고 그것들을 구동하기 위한 수많은 전용 케이블들까지 장만해 놓은 적도 있어요.
그때는 정말 내가 얼마나 첨단 문명 속에 살고 있구나, 얼마나 스마트한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일종의 성취감 같은 게 있었거든요.
마치 이 기기들을 많이 가질수록 내 삶의 질이 올라갈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이걸 다 연결해서 써보려고 하면, 그놈의 연결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복잡한 과제'가 되어버립니다.
블루투스 페어링이 안 되거나, 특정 앱 업데이트가 필수라거나, 아니면 이 기기는 A라는 포트에 꽂아야 하고, 저 기기는 B라는 전용 어댑터가 필요해서, 결국 저는 기기 자체의 성능보다 '이 모든 것을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 즉 '기기 관리의 피로'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제 취향의 핵심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는가?'를 따지기보다, '이게 없으면 내 일상에서 어떤 마찰(Friction)이 사라지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예전에는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개의 특수 조명이나 스위치를 구비해 두려고 애썼는데, 어느 날 그냥 전구 하나만 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아니면, 복잡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이것저것 건드렸다가 결국 초기 설정만 해도 반나절을 날리고 포기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기술이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또 다른 관리해야 할 목록'을 안겨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예요.
요즘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그냥 '작동'하는 것들입니다.
전원을 켜고, 딱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 뒤, 그 존재감을 싹 지우고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는 그런 미니멀한 경험이요.
복잡하게 얽힌 연결고리 없이, 목적에 맞는 단순한 해답을 만났을 때 오는 그 '개운함'이요.
기술의 효용은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과정을 제거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여유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