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AI 모델 자체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그 모델들을 기업의 복잡하고 방대한 업무 흐름(워크플로우) 속에 얼마나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녹여낼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 소프트웨어 기업인 서비스나우(ServiceNow)가 AI 연구소인 안트로픽(Anthropic)과 대규모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최신 AI 모델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안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군을 서비스나우의 워크플로우 제품 전반에 걸쳐 핵심 AI 엔진으로 깊숙이 통합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기업의 업무 과정 자체가 AI를 통해 '지능화된 행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과정이 이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며, 다음 단계를 실행하는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로 자동화되는 식입니다.
서비스나우는 이 클로드 모델을 개발자들이 직접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기본 구동 모델(default model)로 활용하도록 지정했습니다.
게다가 이 파트너십은 단순히 제품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회사 내부 직원 수만 명 규모의 조직 전체에 AI 기능을 배포하는 수준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더 이상 연구실의 시제품이 아니라, 기업의 가장 깊숙한 운영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특정 브랜드의 최신 기능 하나에만 의존한다면, 그 브랜드가 다음 세대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거나 방향을 틀었을 때 우리도 함께 막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AI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모델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연결하여 안정적인 업무 흐름을 만들어내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흥미롭고 실질적인 관점은 바로 '다중 모델(Multi-model) 전략'입니다.
서비스나우가 안트로픽과 파트너십을 맺은 시점이, 사실 안트로픽의 경쟁사인 OpenAI와도 파트너십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회사가 의도적으로 '경쟁사 모델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선택권'과 '안정성'입니다.
기업 고객들은 "이 모델이 가장 좋다"라는 단 하나의 답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업무에는 A 모델이 가장 정확하고, 저 업무에는 B 모델이 가장 빠르다"와 같이, 각기 다른 업무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도구를 원합니다.
서비스나우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바로 이 지점, 즉 '모델 선택권을 보장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의 역할은 이제 단순히 여러 AI 모델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Governance)', '보안(Security)', 그리고 '감사 가능성(Auditability)'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AI 모델이라도,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추적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플랫폼은 마치 이 모든 개별 AI 모델들을 감싸 안는 '신뢰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기술적 움직임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AI 솔루션이 과연 측정 가능한 수익(ROI)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를 넘어, 'AI가 우리 회사 프로세스에 얼마나 깊이,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게 녹아들어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가'를 따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기술 도입의 관점에서 볼 때, '최고의 성능'보다 '최적의 조합과 안정적인 운영'에 가치를 두는 현실적인 소비자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AI 도입의 성공 여부는 특정 모델의 성능 경쟁을 넘어, 다양한 모델을 기업의 보안과 업무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조율하는 통합 플랫폼의 역량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