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무심코 남기는 기록들, ‘증거’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많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특히 디지털 시대에 살다 보니까, 모든 순간이 마치 '나중에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할 자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친구들과의 만남 사진 한 장도, 심지어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의 단상 하나도 말이에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기록들을 일종의 '증명서'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그때 정말 즐거웠다는 걸 보여줘야 해",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걸 남겨야 해" 같은 불안감 같은 게 스며들어 있달까요?
그래서 SNS에 올리는 사진들은 완벽한 각도,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만을 골라 배치하게 되고, 심지어 일기를 쓸 때조차 '이걸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얼마나 멋졌는지 증명할 자료'라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모든 순간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미래의 나에게 '나, 이렇게 잘 살았어!'라고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요.
이런 '증명의 목적'이 기록의 본래의 즐거움을 꽤 많이 갉아먹는다고 느껴져서, 이 주제로 글을 써보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이걸 정말 '남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요.
그리고 그 답을 찾을수록, 기록의 목적을 '증명'이 아닌 '기억' 자체에 두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기억'은 말 그대로 나 혼자만 아는, 나만의 온기 같은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필터나, '좋아요' 개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들이 아니라, 그저 그날의 공기 냄새, 그날의 햇살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각도, 심지어는 왠지 모르게 꼬였던 그날의 기분까지도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아껴두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메모'를 남겨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의 신맛이 유난히 강렬해서 좋았다고, 아니면 지나가던 길에 들었던 낡은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문득 마음에 와닿아서 그 문장 자체만 끄적여두는 식이에요.
이런 기록들은 누가 봐도 '아, 이 사람은 뭔가 아프거나, 뭔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구나'라고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아요.
그저 그 순간의 나 자신에게 건네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나만의 안식처' 같은 거니까요.
기록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조용한 의식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