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들, 우리만 느끼는 건가요?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특별히 엄청난 사건이 터지거나, 누구와 극적인 만남을 갖거나, 아니면 뭔가 큰 목표를 달성하는 그런 '사건'들이 없어도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요.
마치 강물처럼 그냥 흘러가는 느낌?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을 맞이할 때까지의 그 시간의 총량이 너무나도 쏜살같아서,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건지 가끔 멍해질 때가 있어요.
출퇴근길 지하철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거나, 습관처럼 마시는 아침 커피의 온도를 느끼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하루를 채우고 있는데, 막상 돌이켜보면 '오늘 뭐 했지?'라는 질문에 명확한 서사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아요.
어릴 때는 시간이란 게 뭔가 크고 드라마틱한 무언가로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무(無)'의 상태에서 오는 시간의 밀도 자체가 주는 공허함 같은 게 있더라고요.
그저 흐름 그 자체에 몸을 맡기다가,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뭔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흐름 자체를 어떻게 채워 넣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주말이 오면 '주말에 뭘 해야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뭘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려고만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활동들을 다 하고 나면, 그게 정말 나를 채워줬는지 모르겠고, 또 다음 주가 오면 이 패턴이 반복될까 봐 막연한 불안감만 남아요.
그래서 일부러 '의도적으로 느려지는' 연습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 그 향을 맡는 행위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보거나, 설거지를 할 때 물소리나 그릇의 질감을 하나하나 관찰해보는 식이에요.
마치 일상의 모든 행동을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삼아보는 거죠.
이렇게 하니까, 시간의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보다는, 내가 그 순간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결국,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거대한 사건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순간들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우고 주체적으로 경험할 것인가 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괜찮으니, 지나가는 모든 일상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붙잡아 경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