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 디버깅 모드 ON일 때만 보이는 일상의 버그들
우리 일상 속의 사소한 비효율을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관찰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게 거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남들이 그냥 '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혹은 아예 인지조차 못 하는 지점들에서 '이거 왜 이렇게 만들었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폭발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온라인 회원가입 페이지를 딱 열었을 때, 이름, 이메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나면 '본인 인증'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끼어있잖아요?
근데 그 본인 인증 과정에서 또다시 '휴대폰 번호를 다시 입력해주세요'를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이메일 주소의 도메인을 다시 확인해주세요' 같은, 이미 방금 입력했던 정보를 다시 요구하는 지점들이요.
이게 진짜 짜증나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개발 단계에서 '일단 여기만 체크하자' 하고 코드를 덧붙인 느낌이라서요.
마치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에 임시방편의 패치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잖아요.
'이걸 그냥 데이터베이스 레벨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한 번 스치고 지나가면, 그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웹사이트나 앱이 마치 버그 덩어리처럼 보이기 시작해요.
그게 바로 '사용자 경험 디버깅 모드'가 켜진 상태인 거죠.
이런 사소한 비효율성들을 발견하는 건 일종의 지적 유희 같은 거예요.
마치 복잡한 기계 장치에서 덜컹거리는 소리나, 연결이 헐거운 나사를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쾌감랄까요?
가장 재미있는 건, 이 비효율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인지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적 문제'일 때거든요.
예를 들어, 버튼의 기능이 너무 직관적이지 않거나, 중요한 정보가 너무 깊숙한 메뉴 구조 속에 숨겨져 있거나, 아니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검색어'가 아니라 '이 서비스와 관련 있을 법한 다른 서비스'로 유도만 하고 끝나는 경우 같은 거요.
이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아니, 이 로직은 A와 B를 연결해야 하는데, 왜 뜬금없이 C라는 우회로를 만든 거야?'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게 되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그저 '어, 그냥 이렇게 되어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갈 때, 저 혼자만 마치 거대한 시스템 아키텍처의 결함을 발견한 엔지니어처럼 돋보기 들고 여기저기 짚어가게 되는 거예요.
이 과정 자체가 일종의 취미가 돼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일상 속의 비효율성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논리를 탐구하는 즐거운 지적 놀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