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하는 출퇴근길, 나도 모르게 새겨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들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나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하는 그 길 위에서, 혹은 학원 건물까지 걷는 그 짧은 동선 속에서 말이다.
참 별것 아닌 것들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얼마나 많은 '자동 모드'로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무의식적으로 가장 안쪽 칸의 특정 자리를 노리거나, 혹은 늘 같은 시간에 특정 가게 앞에 멈춰서 무심코 창밖을 응시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게 나만의 습관인가?' 싶어 웃어넘기곤 했다.
마치 기계가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내 몸과 정신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가려는 듯하다.
이 반복되는 패턴들은 일종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나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정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무의식적 방어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출근길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도 그렇다.
같은 플레이리스트의 다음 곡이 나올 타이밍에 맞춰, 내가 좋아하는 그 멜로디의 고조되는 부분에서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이런 사소한 동작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개인적인 배경음악' 같은 것이 완성되어 버린다.
마치 레코드판의 특정 홈(groove)에만 계속해서 바늘이 닿아 그 홈이 더 깊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가장 쉽고 편한 경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문득 이 '자동화된 나'를 바라보면서 묘한 기시감과 함께 약간의 공허함 같은 것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 습관들이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라는 건 분명하다.
이 습관들이 없다면, 나는 어쩌면 너무 불안정하고 산만해서 매일 아침 제자리에 서 있기조차 버거울지도 모른다.
이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너무나 달콤해서, 때로는 새로운 자극이나 변화를 거부하게 만드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일부러 엉뚱한 길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평소라면 절대 지나치지 않을 골목길로 일부러 발걸음을 틀어보거나, 늘 들르던 카페 대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는 작은 빵집에 들러보는 식이다.
그럴 때마다 뇌가 일종의 '과부하'를 일으키는 것 같다.
평소의 예측 가능한 흐름을 깨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사소한 풍경이나, 낯선 사람과의 짧은 눈맞춤 같은 것들이, 오히려 그동안 내가 놓치고 지나쳤던 '살아있음'의 감각을 되찾아주는 기분이다.
결국, 이 반복적인 패턴 속에서 나만의 구조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구조를 주기적으로 의도적으로 '흔들어 주는' 행위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성장이 아닐까.
습관은 나를 지탱하지만, 의도적인 이탈은 나를 다시 깨우는 계기가 된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습관의 반복 속에서도, 의도적인 낯섦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자신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