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기'가 최고의 업무 능률 향상 전략일 때가 있다고요.
(현대인의 만성 피로에 대하여)
요즘 들어 제 삶의 가장 큰 숙제는 '피로'를 정의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 오는 육체적인 피로라기보다는, 뭔가 명확하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런 끈적하고 몽롱한 피로감 같은 게 늘 저를 따라다녀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혹은 과제 마감일 전날까지, 마치 배터리가 10% 정도만 남아있는 스마트폰처럼, 뭘 해야 할지는 아는데 그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가 없는 상태랄까요.
중요한 건 이 피로가 '노력 부족'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너무 열심히 살려고 애쓰고, 너무 많은 결정을 내리고, 너무 많은 맥락을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시키느라 뇌가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A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만들다가 갑자기 B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논의가 들어가고, 집에 와서는 다음 주에 읽어야 할 책의 목차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려요.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게 바로 제가 느끼는 '정지 상태'의 필요성 아닐까요?
억지로라도 뭔가를 생산적으로 채우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만적인 활동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결국 저는 요즘 깨닫고 있는 건, 가장 중요한 '운영 전략'이라는 게 사실은 '의도적인 비생산성'을 확보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무작정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목적 없이 멍 때리는 것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제가 말하는 '정지 상태'란, 뇌에게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그냥 존재만 해줘도 돼"라는 허락을 주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멍 때리기'를 하나의 루틴으로 삼으려고 노력해요.
유튜브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듣는 건 사실 뇌에 또 다른 정보를 주입하는 행위라 나쁘지 않지만, 가끔은 그냥 창밖의 나무 그림자 움직임만 10분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예요.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음악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겨보는 거죠.
그럴 때 비로소 제가 휘둘리던 수많은 생각들의 잡음이 잠시 잦아들고, '아, 내가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껴요.
이 짧은 정지 시간이 오히려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 즉 정말 필요한 핵심 질문이나 아이디어를 저절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는 일종의 '재부팅 버튼'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이 '쉼'의 가치를 너무 저평가했던 것 같아요.
진짜 에너지는 무언가를 '채우는' 행위보다, 의도적으로 '비워내는' 순간에 충전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