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하루하루를 '버텨낸다'는 표현이 습관처럼 입에 붙었어요.
마치 거대한 파도 속을 겨우겨우 떠내려가고 있는 배 같은 기분이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너무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보의 홍수 그 자체예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표정, 직장에서 처리해야 할 산더미 같은 메일함, 끝없이 쏟아지는 뉴스 헤드라인들…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마치 솜털처럼 휘둘리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만의 아주 사소하고, 어쩌면 남들에게는 지극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루틴’을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게 어느 순간 제 하루의 흐트러짐을 잡아주는 아주 작은 닻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책상 위, 늘 어질러져 있던 펜들을 제자리에 세우는 거예요.
펜의 무게 중심을 딱 맞추고, 색깔별로 줄을 맞추고, 심지어는 잉크 카트리지의 캡까지 제각기 자리에 놓는 이 과정이요.
처음엔 그저 '정리' 그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이 행위 자체가 일종의 의식(ritual)이 된 것 같아요.
복잡한 외부 세계의 혼란스러움과 대비되는, 이 작은 영역만큼은 제가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이 사소한 정돈의 과정이 마치 '오늘 하루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작은 안도감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이 루틴을 놓치면 오후 내내 뭔가 불안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을 받곤 해요.
이게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나 정리정돈의 미학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 저한테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 기제 같은 거예요.
하루 종일 수많은 '결정'들을 내리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수많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저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이 작은 정돈의 순간은 일종의 '나만을 위한 무(無)의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펜을 세우는 행위, 혹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잔 받침대의 각도를 딱 맞춰 놓는 행위 같은 것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