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나만 시간 감각이 이상한 건가 싶을 때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특별히 큰 사건도 없고, 뭘 새롭게 성취했다는 느낌도 없는, 그저 평범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날들이 있잖아요.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고, 어느 정도 루틴대로 움직이다가,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가 잠드는 이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시간이 마치 끈적한 안개처럼 우리를 감싸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거예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흘러가는데, 나 자신이 그 영화 속의 관객인지, 아니면 그냥 움직이는 소품인지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어제 뭘 했는지 정확히 기억해내려고 노력해봐도, 그냥 '뭔가를 했었다'는 막연한 잔상만 남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돼요.
    저기 길가에 떨어진 낙엽 한 장의 색깔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거나, 카페 창가에 비친 하늘의 구름 모양 하나하나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고요.
    이게 시간을 되감기해서 '아, 그때는 이렇게 보지 않았는데' 하고 되묻게 만드는 순간들이더라고요.

    너무 많은 것을 처리하느라, 혹은 무언가를 향해 너무 빠르게 달리느라, 정작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연습을 잊고 산 건 아닌가 싶어 가끔은 불안해지기도 해요.

    그러다 문득, '멈춤'이라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늘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는 강박, 혹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에 익숙해져 버린 건가 싶어요.
    그만 멈춰 서서, 오늘 하루의 시간들을 좀 더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요.

    밀도라는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부재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과정 아닐까요?

    예를 들어,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지하철 계단의 타일 사이의 미세한 금 간 자국, 점심시간에 들었던 옆자리 동료의 웃음소리 속 숨겨진 톤의 변화 같은 것들이요.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하루라는 작품을 채우고 있다는 걸 비로소 감지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나만의 속도'라는 건, 남들이 정한 속도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오늘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속도를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계획 없는 오후를 가져보려고 노력해요.
    목적지 없이 산책을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그 멍 때리는 시간이 오히려 가장 생생하고, 가장 나다운 시간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 때는, 의도적으로 멈춰 서서 주변의 아주 사소한 디테일을 발견하는 것이 나만의 리듬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