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만 되면 찾아오는, 이름 붙이기 힘든 그 무기력함에 대하여 (feat. 멍 때리기) 본문1 요즘 들어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다들 그런 건지 모르겠다. 뭘 해도 뭔가 ‘제대로’가 아닌 기분.

    주말만 되면 찾아오는, 이름 붙이기 힘든 그 무기력함에 대하여 (feat.

    멍 때리기)

    요즘 들어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다들 그런 건지 모르겠다.

    뭘 해도 뭔가 ‘제대로’가 아닌 기분.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도,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막연하게 맴도는 그 찝찝함 말이다.

    이게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 오는 육체적 피로랑은 차원이 다른 것 같아.
    몸은 움직이는데 머릿속은 마치 녹슨 톱니바퀴처럼 덜컹거리면서도 제자리만 맴도는 느낌?

    마치 배터리가 10%도 안 남은 스마트폰을 들고, 동시에 10개의 앱을 켜놓은 상태 같은 기분이야.
    회사에서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텼다'는 식의 긍정적인 자기 최면을 걸고, 학생 때는 '다음 시험 범위만 끝내면 돼'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서 하루를 꽉 채우려고 애쓰거든.
    문제는 그 '채우는 행위' 자체가 너무 피곤하다는 거야.

    뭔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남들만큼은 해내야 한다는 비교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니까,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목표 달성 기계'처럼 느껴지면서 영혼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을 받아.
    이럴 때면 너무 무기력해서, 당장이라도 모든 스위치를 끄고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은데, 막상 누워도 깊은 잠이 오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소음이나 빛의 깜빡임 하나하나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더라고.
    정말 이 애매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의 정체는 뭘까 싶어서, 나만의 '시스템 리셋 버튼'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게 있어.

    복잡하게 뭔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나한테는 최고의 충전제라는 걸.
    예전에는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쉬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예를 들어, 친구랑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 같은 거.
    물론 그런 것도 좋지만, 요즘의 나에게는 그 모든 활동들이 또 다른 종류의 '정보 처리 과정'을 요구했어.
    그래서 요즘은 그냥 길거리 구석에 앉아 있거나, 버스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제일 좋아졌어.

    누가 나한테 말을 걸어오지 않는, 내가 주도권을 쥐고 '나만의 시간을 소비하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지하철 창밖을 볼 때,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저절로 옅어지는 순간이 와.
    저기 저 노점에서 파는 간식거리를 파는 아저씨의 하루 일과 패턴, 맞은편 건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의 습관적인 동작들 같은 것들 말이야.

    그 모든 것이 일종의 '배경 데이터'처럼 나를 채우고, 내 머릿속에 엉켜있던 복잡한 생각들의 매듭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느낌이야.
    마치 뇌가 스스로 작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가동시키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사색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런 목적 없이 흩어지는 시선들이, 오히려 나를 가장 나답게 돌아오게 해주는 것 같아.
    때로는 가장 생산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변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