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 중 하나가 바로 '규제 리스크'의 전면화라고 봐야 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종종 '우리가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시장은 우리 것이 된다'는 식의 안일한 가정으로 사업을 설계하곤 합니다.
하지만 영국 CMA가 구글 검색 시장을 겨냥해 벌이는 이번 반독점 조사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 90%라는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건 플랫폼의 '지배력' 자체가 이제는 운영 리스크의 최전선에 놓였다는 신호탄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CMA가 '전략적 시장 지위(SMS)'라는 개념을 들고나왔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단순히 경쟁이 안 된다는 수준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조사의 초점이 세 가지 축으로 명확하게 나뉘었다는 점입니다.
첫째, 검색 분야에서 '혁신 장벽'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느냐는 겁니다.
OpenAI 같은 신흥 플레이어들이 기본적인 검색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현상만 봐도, 과거처럼 검색 엔진이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시장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거죠.
둘째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특혜(Preference)' 문제입니다.
거대 플랫폼이 자사의 광고나 AI 기능을 검색 결과 상단에 무조건 배치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지 뜯어보는 겁니다.
이건 모든 SaaS나 마켓플레이스 빌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운영 문제입니다.
우리 제품이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플랫폼의 기본 레이어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면 그 가치는 제로에 수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데이터 사용 문제입니다.
누가, 어떤 동의를 받고,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를 가져가느냐.
이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범위에 대한 규제는 이제 기술적 논의를 넘어 법적, 윤리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빌더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리가 '모트(Moat)'를 구축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나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었지만, 이제는 규제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이 '규모'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성공적인 제품은, 플랫폼의 '지배적 위치'에 의존하는 구조를 최대한 지양해야 합니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은 명확합니다.
첫째, '개방성'을 설계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특정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고, API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외부의 경쟁자가 쉽게 진입하고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생존 전략입니다.
둘째, 데이터 확보의 '투명성'을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을 넘어, 사용자에게 데이터 사용에 대한 명확한 통제권과 그에 따른 보상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것이 신뢰 자본을 쌓는 핵심입니다.
셋째, AI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기회로 삼되, '검색'이라는 단일 기능에 갇히지 않아야 합니다.
AI는 검색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재정의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솔루션이 검색 결과의 '요약'을 넘어, 사용자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야 합니다.
결국, 규제 당국이 원하는 건 '독점'이 아니라 '공정한 선택권'이니까요.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독점할 수 없으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구조적 설계가 다음 세대 비즈니스의 필수 전제 조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