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한 성취보다,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아주 사소한 루틴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닻이 되어준다
요즘 들어 부쩍 '속도'라는 단어에 압박감을 느낍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모든 것이 마치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굉음을 내며 저를 밀어붙이는 기분이랄까요.
해야 할 일 목록(To-do list)의 항목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고, 스마트폰 알림음은 마치 끊임없이 "빨리, 더 빨리"라고 속삭이는 군대 오케스트라 같습니다.
우리는 늘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많이 성취해야 한다는 거대한 사회적 압박감 속에서 살고 있는 건지, 문득 내가 지금 이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마치 온몸의 에너지를 쥐어짜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나 자신'이라는 연료통을 채우는 시간을 완전히 잊어버린 기분이에요.
그래서 최근에야 깨달았는데, 이 거대한 흐름에 맞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보다, 의식적으로 나만의 속도를 찾아 잠시 멈추는 그 '사소한 행위'가 오히려 하루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보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통과하게 해 줄 작은 의식(儀式) 같은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찾은 그 사소한 루틴은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퇴근길 지하철역 계단에서 내려서, 목적지 건물로 향하는 복도 구석에 있는 낡은 화분을 유심히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 없는, 그저 저 혼자만의 3분짜리 의식이죠.
사람들은 보통 목적지를 향해 가장 빠른 동선으로 움직이려고 애쓰는데, 저는 일부러 가장 돌아가는 길목의 계단에 내려서, 그 화분에 핀 작은 꽃잎 하나를 관찰합니다.
그 꽃잎이 햇빛을 받고 얼마나 반짝이는지, 바람에 의해 미세하게 떨리는 그 떨림의 주기를 세어보는 겁니다.
처음엔 '이걸로 뭘 하겠어?' 싶었는데, 멍하니 그 꽃잎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나면, 마치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의 전선들이 '탁' 하고 한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3분 동안은 업무의 마감 기한도, 어제 못한 약속도, 내일의 불안함도 모두 저 화분 옆의 공기 속에 증발해 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이 짧은 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심리적 리셋 버튼' 역할을 해줍니다.
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허락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은 거대한 성과가 아니라, 나에게 허락하는 아주 사소하고 꾸준한 '의식' 속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