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특별한 자극 없이도 하루가 순삭되는 기분, 시간 측정의 오류일까?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특별히 큰 사건이 터지지도 않고, 뭘 하고 특별한 재미를 느낀 것도 아닌데,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버린다는 느낌이랄까요.
    마치 시계가 아니라, 어떤 마법의 필터가 씌워져서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 자체를 조절하는 것만 같아요.

    예를 들어,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밀린 집안일을 아무 생각 없이 처리하고 나면, ‘어?

    벌써 저녁 시간이야?’ 하는 당혹감이 들 때가 많잖아요.

    그 순간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서, 내가 오늘 하루를 제대로 경험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예요.
    어쩌면 우리가 시간을 측정하는 단위 자체가, 사실은 ‘지루함의 총량’에 비례해서 오차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뭔가 큰 스릴이나 강렬한 몰입이 없으면, 뇌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시간의 흐름 자체를 가속화시키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늘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야만 하루가 채워진다고 착각하는 건지,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돼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날도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혹은 뭔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의 그 '지루한 기다림' 말이에요.

    그럴 땐 시계 초침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크게 들리고, 1분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지거든요.
    그 반대급부로,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간 하루는 마치 몽타주 영화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리죠.

    저는 이게 시간의 물리적인 속도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주의력(Attention)’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착각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거고, 아무 생각 없이 배경처럼 흘려보내면 그 공백이 너무 커서 시간 자체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죠.

    어쩌면 이 ‘시간의 속도감’이라는 건, 사실 우리가 그 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우고 살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기억의 밀도’ 측정기 아닐까요?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빠르기는 그날 하루를 얼마나 깊이 있게 채워 넣었는지에 대한 기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