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붙잡는 법이 있을까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어요.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붙잡는 법이 있을까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어요.
    특별히 거창하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터지지 않았는데도, 어제와 오늘이 마치 같은 날의 반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시간이라는 게 꼭 그런 식으로 흐르는 것 같아요.
    마치 강물처럼, 쉼 없이, 그리고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 버리잖아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뜰 때 느껴지는 그 아쉬움, 아니면 주말 내내 푹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다음 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묘한 공허함 같은 거요.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원래 그런 속도로 돌아가는 건지, 가끔은 나 자신이 시간의 흐름에 휘둘리는 작은 나뭇잎 같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뭘 해도 특별한 성취감이 없으면,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무게감에 짓눌리면서 ‘아, 벌써 이렇게 됐네?’ 하는 막연한 안도감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아요.
    이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시간의 속도를 늦추고, 이 순간 자체를 조금이라도 붙잡아 둘 방법이 정말 있을까요?
    그러다 문득, 누군가 ‘시간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통제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 말이 묘하게 와닿더라고요.

    ‘관찰’이라니, 마치 내가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옆에 서서, 그 물줄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멍하니 바라보는 느낌?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통제한다는 건 무언가를 멈추거나 되돌리는 건데, 시간은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통제한다는 것의 의미가 ‘멈춤’이 아니라 ‘인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실 때, 그저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하기보다, 컵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온도의 미묘한 변화, 커피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아로마가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그리고 그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의 층위를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따라가 보는 거예요.
    이렇게 사소한 감각의 조각들을 떼어내서 ‘아, 지금 이 순간 내가 이걸 경험하고 있구나’라고 명확하게 포착하는 과정이, 흩어지던 시간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주는 느낌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일상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보는 연습을 하니까,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다'고만 치부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수많은 '색깔'과 '질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제 퇴근길에 지나치던 골목길의 벽돌 색깔이 오늘 아침 햇빛을 받으니 전혀 다른 톤을 보여주는 것처럼요.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의 옷깃에 묻은 아주 작은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런 사소한 시각적 단서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그 순간에 나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마치 흘러가는 영화 필름을 멈추고, 프레임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보며 그 디테일을 감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찰나의 '멈춤'과 '관찰'의 행위 덕분에, 내가 시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주체'가 된 기분이 드는 거죠.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현재의 모든 감각을 의식적으로 포착하는 행위 자체가 가장 확실한 통제력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