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남들이 뭐 사는지'가 중요했는데, 이젠 '나한테 뭐가 좋은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체감해요.
예전에는 '남들이 뭐 사는지', 혹은 '이 그룹의 평균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무의식적으로 저울질하는 소비가 주를 이뤘거든요.
특히 대학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때, 혹은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의 경험들이 그랬어요.
다들 최신 유행하는 브랜드의 옷을 맞춰 입고, 주말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게 일종의 '성공적인 커뮤니티 증명'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비싼 카메라를 사서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주말에 아무 계획 없이도 근사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돈을 쓰는 것들이 늘 목표였죠.
그 소비의 밑바탕에는 늘 '타인의 시선'이라는, 아주 크고 투명한 거울이 비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내가 가진 물건들이 나 자신을 대변해주어야 하는, 일종의 일종의 '가장치(Status Symbol)' 같은 역할을 하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일의 무게가 좀 실리면서,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거울이 서서히 뿌옇게 흐려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거예요.
예전 같으면 '이거 사면 사람들이 나를 멋있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결제했을 만한 것들이, 이제는 '이걸 배우는 과정에서 내가 정말 즐거움을 느끼는가?'라는 필터링을 거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해외여행지를 무조건 찍고 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다면, 요즘은 오히려 아무도 모르는 동네의 작은 골목길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그곳의 역사나 사람들의 삶의 냄새를 맡는 것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하루'를 연출하는 것보다, 나 혼자만의 속도로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진짜 경험' 자체에 가치를 두게 된 거죠.
이런 변화는 단순히 '돈을 아끼게 되었다'는 경제적인 차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일종의 '자기 주도권 회복'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소비를 통해 나를 규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싶고,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라는 내부의 목소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게 된 거죠.
그래서 요즘은 값비싼 명품백 하나를 사기보다는,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해서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하거나,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깊이 있는 책을 몇 권 통째로 읽는 것에 돈과 시간을 쓰는 편이에요.
이런 소비들은 당장 인스타그램 피드에 화려하게 올라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아주 단단하고 깊은 뿌리가 되어주는 느낌을 받거든요.
결국 소비 습관의 변화는, 외부의 인정이라는 에너지원에서 나 자신을 위한 내면의 충전지로 중심축을 옮긴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소비의 기준이 '남들에게 보여줄 나'에서 '나 스스로 채우고 싶은 나'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