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못 해서 지치는 기분, 다들 공감하시나요?
요즘 들어 유독 몸이 무겁다기보다는, 머릿속이 몽글몽글하고 텅 빈 느낌이 오래가요.
누가 '피곤하다'고 물으면 '네, 좀요' 하고 넘기기 쉬운데, 이게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 오는 육체적 피로랑은 결이 좀 달라요.
마치 배터리가 10% 남았는데, 그 10%를 쓰기 위해 수많은 작은 계산과 의사결정을 계속해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어제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파에 널브러졌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TV만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이 시간에 나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 기회에 밀린 거 좀 정리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이 순간마저도 노동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이게 진짜 에너지가 고갈되는 순간인 건지, 아니면 그냥 '해야 할 목록(To-Do List)'만 너무 길어서 뇌가 과부하가 걸린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이런 '해야 할 압박감'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마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느껴지게 만들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순간부터, 점심시간에 '점심 메뉴 선정'이라는 사소한 결정부터, 퇴근 후 저녁 식사 메뉴 고르는 것까지, 모든 순간이 일종의 '최적화'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도 다들 저마다의 성과나 목표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나만 이렇게 밍기적거리는 건가 싶어서 괜히 조급해지고요.
주말에 푹 쉬었는데도 월요일 아침에 가면 '어제 쉬었으니까 오늘 더 많이 해야지'라는 무언의 압력이 저를 짓누르는 기분이에요.
이러다 진짜 쉬는 법 자체를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문득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할 권리'를 나 자신에게 부여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진짜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그저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연습이랄까요?
예전에는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고 '이 시간에 뭘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검색창을 만지작거리곤 했는데, 요즘은 그냥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 색깔이나,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의 모양만 멍하니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가져봐요.
물론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고 '지금 뭐 하세요?'라고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그 질문에 당당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있는 게 좋아서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렇게 멈춰 서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오히려 다음 걸음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채워주는 기묘한 방식인 것 같아요.
가장 큰 피로감은 외부의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기대치'를 부여하는 데서 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끔은 아무런 목적이나 성과 없이,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허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