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경쟁이 지치고,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해진 시대의 이야기
요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커리어 관련 글들을 보면, 정말 많은 변화를 체감하게 돼요.
예전에는 마치 정해진 공식이 있는 것처럼, '이 대학을 나와서, 이 자격증을 따고, 저 회사에 입사하면'이라는 일종의 로드맵이 있었잖아요?
그 로드맵을 따라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스펙이라는 수치들을 쌓아 올리는 데 급급했죠.
성적표의 점수, 보유한 어학 점수, 나열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개수 같은 것들이 마치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대변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저도 예전엔 '남들이 보기 좋게 포장된 이력서'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무기라고 생각했어요.
남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티켓'을 손에 쥐지 못하면 뒤처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 수많은 스펙들이 사실은 그저 '과거의 나'가 치열하게 노력했던 흔적일 뿐, 정작 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힘이 되어주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목록이라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반응했는가'에 대한 서사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A라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스펙보다, 그 프로젝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팀원들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했고, 결국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그 좌절감을 어떻게 에너지로 전환시켜 다음 단계에 적용했는지에 대한 '과정의 기록'이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느껴지잖아요?
기업들이 '이 사람은 이 경험을 통해 어떤 사고방식(Mindset)을 갖게 되었는지'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고요.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은 주말에 스펙 쌓기 대신, '내가 이 분야에 왜 흥미를 느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결국, 스펙이라는 건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가지고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움직여 왔는지가 진짜 나를 증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남들과 비교하며 '나도 저걸 해야 하나?'라는 압박감에 시달릴 때도 많았는데, 이젠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완벽하게 포장된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여러 가지 경험이라는 색깔들을 나열하면서 '이 조합이 나만의 색감이다'라고 자신감을 가지는 쪽으로 관점이 바뀐 것 같아요.
이 과정은 쉽지 않아서, 아직도 가끔은 '이게 정말 남들이 원하는 거 맞아?' 싶을 때가 있긴 한데, 그래도 이 막연한 '느낌'을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제 안의 진짜 흥미 지점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쌓아 올린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 질문하고 성장해 온 이야기의 깊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