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너무 빨리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비어있는 시간'이라는 변수들
본문 1:
요즘 들어 그런 날이 꽤 잦아졌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지도 않고, 그저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혹은 어느 주말의 어느 오후가 그냥 흐르는 그런 날들 말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뭐 해?"라고 물으면 다들 '그냥 지내요', '밀린 것 처리해요' 같은 대답만 돌아오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어제와 오늘 사이에 무슨 큰 사건이 벌어졌는지조차 기억이 희미할 때가 있어요.
마치 영화가 중간에 컷이 나간 것처럼, 배경 음악만 계속 깔리다가 갑자기 뚝 끊기는 기분이랄까요.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워서' 시간을 버텨왔잖아요.
재미있는 콘텐츠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다음 주 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바쁘게 돌리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요.
그게 우리의 시간 관리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히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사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쏟아붓고 있던 그 '활동 에너지'가 다 소진되면서 찾아오는 공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 공백은 불안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얻게 해주는 일종의 '숨 고르기' 시간이 아닐까 싶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본문 2:
그래서 제가 요즘부터 애쓰고 있는 건, 이 '비어있는 시간'이라는 공간을 텅 빈 무(無)로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제가 처음에 쓴 생각처럼, 이 비어있는 시간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관찰 가능한 변수'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 변수들이란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이 집 안의 가구들을 어떻게 살짝 흔들어주는지, 그 미세한 진동의 궤적을 눈으로 쫓아보는 거예요.
아니면,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후 3시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창밖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데, 저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의 엠블럼 모양이 오늘따라 유난히 빛을 반사하는 각도를 유심히 관찰해보는 거죠.
혹은,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냉장고 돌아가는 모터 소리나, 창틀에 앉은 작은 벌레가 움직이는 패턴 같은 것들요.
이런 것들이요.
별것 아닌 것들 같지만, 의식적으로 '이건 왜 이렇지?'라고 질문을 던지고 기록하려 애쓰다 보면, 그 시간이 갑자기 밀도가 높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내가 세상이라는 거대한 실험실의 관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사소한 변수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막연했던 '시간의 흐름'에 구체적인 질감을 입혀주는 작업이더라고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그 순간의 사소한 빛과 소리, 움직임 같은 변수들을 의식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가장 충실한 시간의 채움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