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주변기기 취향이 조금 바뀐 것 같아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요즘 들어 주변기기나 소품을 고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는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라는 기능적인 질문부터 시작했거든요.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살 때도 ‘이 모델이 나한테 업무 효율을 얼마나 높여줄까?’ 같은 실용적인 기준이 제일 중요했죠.
아니면 카메라 렌즈를 살 때는 ‘이 화각이 내가 찍고 싶은 순간을 완벽하게 담아줄까?’라며 기술 사양표를 몇 시간 동안 붙잡고 씨름하기도 했고요.
정말 그 물건 자체의 스펙이나 기능성에 매료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그 물건이 곧 나를 업그레이드해 줄 마법의 도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와, 이걸로 내가 뭔가 더 전문적이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겠다’라는 일종의 기대감 같은 걸 가졌던 것 같아요.
이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혹은 이 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사 모으고, 그 도구들이 만들어낼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거였을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정말 많은 물건들을 거쳐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성능이 최상급인 마우스가라든지,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것 같은 완벽한 무드 조명이라든지, 심지어 기능만 강조한 오디오 기기라 할지라도, 결국 그걸 사용하고, 그걸 바라보고, 이걸 내 방 한구석에 두는 행위 자체가 나라는 사람을 '꾸미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마치 이 물건들이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멋진 배경 소품들인 것 같달까요?
‘나는 이런 취향의 사람이야’, ‘나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야’라는 걸 타인에게 은연중에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시각적 증거물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은 물건을 사기 전에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혹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사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게 됐어요.
이 물건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국 나라는 주체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들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좀 지치기도 하고, 또 편안하기도 해요.
결국 우리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그 물건 자체의 가치보다, 그 물건으로 연출되는 '나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