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정도는 설계가 잘못된 거 아닐까?
IT 덕후들이 놓치지 못하는 사소한 불편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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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만 이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같은 IT나 공학 쪽 전공자들이나 시스템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세상의 모든 사물과 과정이 일종의 '시스템'으로 보이더라고요.
당연히 그 시스템에는 버그(Bug)가 있거나, 사용성(Usability)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저번에 새로 갔던 지하철역의 안내 표지판 있잖아요?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갈 때는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다가, C 지점에서는 갑자기 위로 꺾여 버리는 거예요.
'엥?
그럼 이 화살표는 어떤 규칙을 따르는 건데?'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흐름도(Flowchart)를 머릿속으로 그리게 되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넘어, '이 공간의 정보 구조 설계 자체가 비일관적이다'라는 시스템적 오류로 인식되는 거죠.
마치 코딩할 때 변수명이 일관성 없이 여기저기 튀어 다니는 걸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결국 눈에 보이는 모든 물리적 불편함은, 그 이면에 숨겨진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설계'의 증거물처럼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사소한 지점들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요.
주변 사람들은 "에이, 원래 원래 그래요~" 하고 넘어가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만약 이 부분을 이렇게 재배치하면 어떨까?'라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기 시작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써봤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결제 버튼은 항상 화면의 가장 오른쪽 하단에 몰려있고, 취소 버튼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구석에 배치되어 있어요.
이건 단순히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다음 단계'로 이동할 때의 심리적 경로(Cognitive Path)를 고려하지 않은, 명백한 UX 설계 실패예요.
저는 속으로 '여기서 사용자 액션 트리거(User Action Trigger)가 너무 복잡하게 분산 배치되었어.
핵심 액션 버튼은 일관된 시각적 계층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되고요.
덕분에 저 스스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 버튼 좀 이리로 옮겨주면 안 될까요?"라며 과도한 개입을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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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건, 이런 분석 능력이 일상생활의 '물리적 마찰' 지점에서 터져 나온다는 점이에요.
얼마 전에 친구 집에서 와이셔츠를 찾다가, 옷장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어요.
옷걸이가 일직선으로 걸려있다기보다는, 너무 촘촘하게, 그리고 종류별로 분류되지 않고 뒤섞여 있는 거예요.
이건 마치 데이터베이스가 정규화(Normalization)되지 않은 테이블 같더라고요.
'왜 이 옷은 여기 있고, 이 옷은 저기서 발견되지 않는 거지?
만약 여기에 카테고리별로 구획을 나누는 가상 그리드(Virtual Grid)를 적용한다면, 검색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니, 제가 지금 이 사물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공학적인 관점을 적용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서도, 그 분석 자체에서 오는 지적인 쾌감은 어쩔 수가 없어요.
결국 저희 같은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최적화되지 않은 코드'처럼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에 너무 익숙해져서, 아주 작은 비효율성도 거대한 논리적 오류처럼 받아들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가끔은 그냥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무심한 수용의 미덕을 배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패턴을 찾고 개선점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뇌에게는 일종의 흥미로운 '퍼즐 풀기' 놀이 같은 거겠죠?
아무튼, 덕분에 오늘 하루도 주변 환경을 한 번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네요.
IT 덕후들에게는 사소한 물리적 불편함조차도, 개선되어야 할 논리적 흐름을 가진 흥미로운 '버그'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