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이 통장을 채우는 속도보다, 내 '경험'이 나를 채우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월급이 통장을 채우는 속도보다, 내 '경험'이 나를 채우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살 때 '이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가?', '이게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까?'라는 실용적인 질문이 소비의 가장 큰 기준이었거든요.

    정말 필요한 물건, 즉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도구 같은 것에 돈을 쓰는 게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죠.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살 때도 스펙 시트 몇 장을 들여다보면서 '이 정도 성능이면 3년은 거뜬하겠지'라며 꼼꼼하게 따졌던 기억이 생생해요.
    친구들이랑 옷을 사더라도 '이거 진짜 활용도가 높다', '어떤 옷에 매치하기 좋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합을 고민했고요.
    물론 그게 합리적 소비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준이 너무 '나'에게만 초점을 맞춘, 일종의 '생존 모드'에 가까웠던 건 아닌가 싶어요.

    마치 소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소비가 가져다줄 '결과물'이나 '기능'에만 집착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 '이건 좀 과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었고, 그때마다 '이게 더 좋은 경험을 위한 투자예요'라는 말로 얼버무리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특히 SNS 같은 공간에 익숙해질수록 이 소비의 기준이 '실용성'에서 '경험의 증명'이라는 쪽으로 훅 이동한 게 느껴져요.

    이제는 물건 자체의 내구성이나 기능성보다, 그 물건이나 장소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가 더 중요해진 느낌?
    비싼 카메라로 찍은 풍경 사진 한 장, 혹은 남들이 한 번도 안 가봤다는 감성적인 카페에서 찍은 '나만의 인증샷' 하나가, 때로는 값비싼 명품 가방 하나를 사는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이나 심지어 '나 이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일종의 사회적 증명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평범한 주말에 그냥 집에서 쉴 수도 있는데,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기차 타고 멀리 떨어진 어느 작은 마을의 '감성적인' 브런치 카페를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거죠.

    이 스토리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받으면서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소비를 통해 구축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된 것 같아요.
    이게 정말 필요해서 사는 건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을 포장해서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건지, 가끔 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결국, 요즘 우리가 소비하는 건 물건이 아니라, 나만의 스토리를 채워 넣을 '콘텐츠'가 된 것 같아요.

    이제 소비는 단순히 필요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나라는 존재의 서사를 완성하는 하나의 예술적 행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