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모르게, 사소한 도구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요즘 들어 주변기기나 사소하게 손에 닿는 도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저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모르게, 사소한 도구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요즘 들어 주변기기나 사소하게 손에 닿는 도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저 자신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그저 '최신'이거나 '가장 성능이 좋은' 것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다.
    뭐랄까, 모든 것이 디지털적이고, 모든 것이 '최적화'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건지, 모니터의 주사율이 높을수록 더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 같은 것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기도 했다.
    키보드도 그렇고, 마우스도 그렇고, 디자인이나 기능 면에서 '이게 최고야!'라고 외치는 듯한 제품들에 열광했었다.

    마치 내 생산성 자체가 이 장비들로 결정되는 것처럼 착각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늘 한계를 밀어붙이고, 더 빠르고, 더 많고, 더 화려한 것으로 나를 채우려고 안달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문득 너무 지쳐버린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나 자신이 혹사당하는 기분이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그런 종류의 피로감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의외로 '느림'이나 '아날로그적 만족감'을 주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
    비싼 게 아니어도 괜찮고, 복잡한 설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도 좋다.

    예를 들어, 필기할 때 쓰는 펜 하나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무한한 기능'을 가진 전자기 펜 같은 것에 끌렸다면, 지금은 그냥 적당한 무게감과, 잉크가 종이에 닿을 때 나는 '사각거리는' 그 미세한 마찰음 자체에 만족한다.

    마치 그 소리가 나를 현재의 순간으로 톡톡 건드려주는 것 같다.
    혹은 무거운 컵에 커피를 담아 아침에 책상에 놓을 때 느껴지는 그 묵직한 무게감 같은 것도 그렇다.

    성능 지표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그저 손에 착 감기는 '질감'이나 '감각' 같은 것들이 주는 위안이 크다.
    이 모든 사소한 접촉들이 나에게 '잠깐 멈춰서,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만 집중해 봐'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이 펜의 무게나, 이 컵의 온기 같은 것들로 나만의 속도를 재조정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최고의 장비가 아니라, 나를 잠시 멈추게 하는 사소한 감각들이 진짜 삶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