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주변기기 취향이 조금 바뀐 이유

    요즘 들어 주변기기 취향이 좀 바뀐 것 같아서 혼잣말 좀 해봅니다.
    (feat.
    생각의 부재)**

    요즘 들어 제가 뭘 사거나 고를 때 예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기준이 생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이거 스펙이 좋으니까', '이 브랜드가 좋으니까' 같은 외적인 기준이나, 혹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따라가 봤던 경향이 컸거든요.
    막 이것저것 기능이 많으면 더 좋은 줄 알았고, 디자인적으로 화려하면 '나 이거 잘 쓰겠다' 싶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실제로 이 기기들로 무언가를 많이 만들어내고 나니까, 문득 '내가 지금 너무 복잡한 걸 갖고 노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치 머릿속으로 복잡한 알고리즘을 돌리면서 기기를 다루는 기분이랄까요?
    결국 좋은 도구라는 건, 내가 생각하는 그 '과정' 자체를 사용자로부터 지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저는 이제 기능의 나열보다는, 그 기능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작동하는지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두게 됐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제가 펜으로 글을 쓸 때, 잉크가 펜촉에 걸리거나, 필압을 조절하느라 손목에 힘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노트의 제본 상태 때문에 종이가 찢어질 것 같은 물리적 제약 같은 것들이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생각해야 할 요소'였거든요.
    그런데 만약 그 모든 물리적, 인지적 제약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그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손이나 마우스가 마치 그 생각의 연장선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결과물로 툭 뱉어내는 느낌.

    저는 요즘 그런 '마찰 없는 경험'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바람이었다면, 지금은 '이런 과정의 불편함이 없어야만 이 작업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존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코딩을 하거나, 복잡한 자료를 시각화할 때, 도구 자체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면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는 경험을 자주 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아예 '도구의 존재감' 자체가 제 취향의 핵심이 된 것 같습니다.
    너무 직관적이라서, 내가 지금 어떤 도구를 쓰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최고예요.

    예를 들어, 아이디어를 메모할 때, '메모 앱을 켜고 → 폴더를 찾고 → 태그를 붙이고 → 날짜를 지정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노동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이거다' 싶으면 그냥 툭 던지듯 입력하고 나면, 그게 알아서 분류되고 정리되는 시스템에 감탄하게 되거든요.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는 그 지점인 것 같아요.

    결국 좋은 도구란, 나를 도와주는 조수가 아니라, 나라는 생각 자체를 증폭시켜주는 투명한 매개체 같은 거 아닐까요?
    좋은 도구는 사용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부드럽게 지워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