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매끄러워진 세상, '삐걱거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너무 매끄러워진 세상, '삐걱거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특히 기술이나 시스템이라는 것이 너무나 매끄럽게,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안정화되는 과정이 정말 경이롭다는 건 인정해요.

    예전에는 '이거 작동할까?' 하는 불안감 자체가 일종의 스릴이었잖아요?
    뭘 하든 뭔가 꼬일 것 같고, 예상치 못한 오류 메시지나 갑작스러운 시스템 다운 같은 것들이 마치 일종의 '배움의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 불완전함 덕분에 우리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의 성취감이 몇 배로 증폭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마치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는 것 자체가 과정의 일부였던 것처럼, 시스템이 완벽해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건 단순히 버그 수정 경험 몇 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어쩌면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흥미 요소를 함께 잃어버린 건 아닐까 싶고요.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안정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락함의 무게가 꽤 무겁습니다.

    물론 예측 가능한 삶, 언제든 접속되고, 언제든 작동하는 시스템은 정말 감사한 축복이에요.
    출근길에 지하철이 정시 운행하는 것도, 온라인 쇼핑몰 결제가 한 번에 성공하는 것도 모두 그 안정성이 주는 선물이죠.

    하지만 그 선물들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마치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든 변수가 통제되는, 너무 잘 짜인 시나리오 속을 걷는 기분이랄까요.
    저는 이 '불완전한 가능성'이라는 게, 일종의 안전장치 바깥쪽에서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 긴장감 덕분에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온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얼마나 얻어낸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의 아날로그 기기들을 보면 그래요.
    필름 카메라의 경우, 셔터를 누를 때마다 필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빛이 얼마나 부족한지 계산해야 했잖아요.
    그 과정 자체가 사진 한 장을 완성하는 의식처럼 느껴졌죠.

    지금의 디지털 카메라는 너무나 완벽하게 '찍어지니까' 그 과정의 숙고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에요.
    '나중에 더 좋은 각도에서 찍을 수도 있겠다'는, 그 아련하고 붙잡을 수 없는 '다음 번의 기회'에 대한 설렘이요.

    그 설렘이 바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스템이 제어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영역의 재미 아닐까요?
    우리 삶이나 창작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다듬어진 결과물은 아름답지만, 그 과정에서 거친 스케치나, 어설프지만 생생했던 초안에 담겨 있던 날것의 에너지 같은 걸 그리워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안정' 그 자체라기보다는, '안정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느낄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작은 균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균열 덕분에 삶의 깊이가 생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한 안정화는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를 '만족하지만 약간은 지루한 상태'에 머물게 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끔은 일부러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는 역설적인 충동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삶의 가장 큰 재미는 완벽하게 통제된 안정성보다는, 예측할 수 없어 발생하는 미묘한 균열 속에서 발견되는 긴장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