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그런 기분이 든다.
몸이 아프거나, 어젯밤 잠을 설친 것처럼 뚜렷하게 '피곤하다'고 말할 만한 지점이 없는 날들이 많다.
만성피로라는 단어로는 이 묘한 감정의 결을 전혀 담아낼 수가 없다.
마치 배터리가 100%가 아닌, 30% 정도에서 영원히 맴돌고 있는 기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정작 뭘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결정하는 그 '과정' 자체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만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처리'하고 '응답'해야 한다.
이메일의 답장 속도, 회의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던져야 할 농담, SNS 피드에 올라오는 친구의 성공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까지.
이런 자잘하고 의미 부여하기 모호한 상호작용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정신의 배터리는 텅 비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시간.
이런 활동이 뇌의 어떤 회로를 가장 섬세하게 조율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수행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우리는 쉼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쉬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뭔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일종의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는 건지, 그래서 의식적으로 멍때리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하나의 '목표 달성'처럼 느껴진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뇌는 오히려 '뭔가 재미있는 거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거나, 의미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늪에 빠진다.
이게 바로 '가짜 휴식'의 함정 아닐까 싶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건,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종의 고도의 정신적 근육 운동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지하철 창가 자리에 앉아, 오늘 내가 지나치는 풍경의 색감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근육의 움직임 같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들만 관찰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사소한 관찰 자체가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오는 가장 조용하고 힘든 여정인 것 같다.
가장 섬세한 활동은 때로 아무런 목적지 없이, 오직 현재의 감각에만 머무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