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유독 찾아오는, 이름 붙이기 힘든 그 종류의 피로감에 대하여 요즘 들어 저만 이런 건지 싶어서 글을 올려봐요.

    요즘 들어 유독 찾아오는, 이름 붙이기 힘든 그 종류의 피로감에 대하여

    요즘 들어 저만 이런 건지 싶어서 글을 올려봐요.
    혹시 직장 다니는 분들이나 학생들 중에, 몸이 아프다거나 잠을 못 자서 생기는 명확한 피로가 아니라, 그냥 '어딘가 텅 비어버린' 느낌의 피로를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하루 종일 무언가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처리하고, 끊임없이 반응하는 일상 속에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에너지가 바닥나버리는 순간이 찾아와요.

    이건 정말 이상한 종류의 탈진이에요.
    마치 배터리가 닳는 느낌이 아니라, 배터리 자체가 작동을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의욕도, 할 힘도 없는 상태랄까요.

    해야 할 일 목록(To-Do List)은 산더미인데, 막상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머릿속이 안개 낀 것처럼 멍해져요.
    예전에는 저녁에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창밖만 보는 시간이 최고의 힐링이었는데, 요즘은 그 '멍 때리는 시간'조차도 죄책감과 함께 찾아와요.

    '이 시간에 뭘 해야 하는데', '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자꾸 꼬리를 물고 붙잡더라고요.
    결국 이 피로의 정체는, 사실 '의미 있는 활동을 멈추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저 스스로가 좀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로 목적이 없는 시간들 말이에요.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굳이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스크롤하는 대신, 그냥 창밖의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건물들의 색깔 변화에만 시선을 던져보는 거예요.
    혹은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듣는데, 가사나 멜로디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소리의 파동 자체에 귀를 맡겨보는 식이죠.

    처음에는 이게 너무 비효율적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어요.
    '이 시간에 이걸 공부할 걸', '저걸 정리해 놓을 걸'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목적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엉켜있던 생각들이 툭 풀리면서 머릿속에 맑은 공간이 생기는 느낌을 받아요.
    마치 컴퓨터를 너무 오래 켜두어서 느려진 걸, 재부팅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 멍 때리는 시간 덕분에, 막혔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갑자기 톡 하고 떠오르기도 하고,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씩 희미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이게 진짜 에너지를 채우는 방식이 아닐까 싶어서요.
    결국 우리가 너무 '효율성'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모든 시간과 감정을 재단하려 할 때, 진짜 에너지는 고갈되는 것 같아요.

    뇌라는 것도 휴식이 필요하잖아요?
    물리적인 수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인 '디톡스'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저만의 작은 의식을 만들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딱 30분 동안은 스마트폰을 안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냥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거예요.
    거창한 취미 활동이나 운동 같은 거라기보다는, 그냥 '존재'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에요.
    처음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괜히 초조했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니 그 30분이 일주일 전체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주는 평온함은 그 어떤 생산적인 활동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종류의 충전제 같아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허락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충전은, 계획되지 않은 공백의 시간 속에서 찾아온다.
    때로는 아무 목적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가장 필요한 형태의 에너지 충전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