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장비도 '나'의 몸과 리듬에 맞춰져야 진짜 쓸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제가 느끼는 감정인데, 뭔가 기술이든, 아니면 그냥 일상에서 쓰는 사물이든 간에

    결국 장비도 '나'의 몸과 리듬에 맞춰져야 진짜 쓸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제가 느끼는 감정인데, 뭔가 기술이든, 아니면 그냥 일상에서 쓰는 사물이든 간에, 결국 그 가치라는 게 '사용자'라는 존재의 신체적 구조나 평소의 루틴에 맞춰져야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 컴퓨터 장비 쪽으로 이 생각이 극대화되더라고요.
    예전에 정말 '이게 최고다'라는 광고를 보고 엄청나게 비싼 마우스나 키보드를 하나 장만했을 때가 있었어요.
    디자인도 끝내주고, 스펙 시트만 봐도 전문가용이라 그런 느낌이 들었죠.

    포장만 보면 '이건 내 작업 능률을 몇 배로 끌어올려 줄 무기다!' 싶었거든요.
    처음 몇 시간은 그 압도적인 스펙에 감탄하면서 '와, 내가 진짜 전문가가 된 기분이네?' 싶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까 이상한 통증이 오기 시작한 거예요.
    손목이 찌릿하고, 손가락 관절 쪽이 저릿하고...

    이건 스펙 문제가 아니라, 이건 그냥 제 손 크기나 제가 평소에 얼마나 손목을 비틀면서 작업하는지 같은 '나만의 습관'과의 충돌이었던 거죠.

    아무리 공학적으로 완벽하다고 해도, 제 손바닥 곡선이나 손목의 자연스러운 각도를 무시하는 디자인은 결국 제 몸에 '불편함'이라는 부가 기능을 달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까, 이 문제가 키보드나 마우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책상 의자도 마찬가지예요.
    '인체공학적'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뭔가 최신 기능이 가득할 것 같아서 큰돈을 들여 샀거든요.

    처음엔 정말 푹신하고 기능이 많아서 '와, 정말 몸을 생각했구나' 싶었죠.
    그런데 막상 몇 시간 앉아있으니까, 오히려 제 엉덩이나 허리 라인과는 맞지 않아서 자꾸 몸을 틀게 되고, 결국은 그 의자 자체에 적응하기보다 제가 의자에 '맞추려고' 애쓰게 되는 거예요.
    처음엔 장비나 제품이 저를 도와주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엔 제가 그 장비에 억지로 제 몸을 구겨 넣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결국 저는 '나의 신체적 리듬'이라는 가장 변하기 어려운 변수를 최우선으로 놓고 장비를 다시 골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스펙표를 훑어보는 시간보다, 실제로 만져보고,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해 보면서 '어, 이 정도면 좀 편하네?' 싶은 느낌을 받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되니, 작업 효율 자체가 달라지는 기분이에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결국 사용자의 신체와 생활 리듬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변수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제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