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혹시 내가 시간을 잃고 사는 건 아닐까**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뭔가 큰 사건이 터지거나, 엄청난 일을 겪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린다는 느낌 말이에요.
마치 영화 필름이 너무 빨리 감겨서, 내가 방금 뭘 했는지, 오늘 오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찰나의 디테일들이 아예 뭉개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이 루틴들이 너무나도 매끄럽고 빈틈없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마치 내 하루하루가 배경음악처럼 조용히 흐르고만 지나가서, 그 흐름 자체를 의식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거예요.
이 반복되는 평범함의 무게가 오히려 시간 감각을 마비시키는 건 아닌지, 가끔은 몽롱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빠르다는 느낌은 사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의도적 정지점(intentional stopping points)’이 부족해서 오는 일종의 착각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할 일'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거든요.
커피를 마실 때도 다음 회의 준비를 생각하고, 친구와 대화할 때도 다음 약속을 염두에 두느라, 그 순간의 온전한 맛이나 대화의 뉘앙스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해요.
그래서 하루 전체가 거대한 터널처럼 느껴지는 거죠.
저는 그래서 일부러 '멈춤'의 기술을 연습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점심 식사 후 창가에 앉아 햇빛이 테이블 위에 떨어지는 각도만 멍하니 몇 분 동안 관찰해보는 거예요.
혹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음색과 리듬의 파동 자체에만 귀를 기울여보는 식의 미니멀한 몰입 같은 거요.
이런 아주 사소하고, 아무런 생산성도 요구하지 않는 순간들이 쌓여야, 비로소 '나 지금 여기 있다'라는 느낌을 붙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의식적인 정지점들은 마치 시간의 흐름에 붙이는 작은 앵커(닻)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닻이 없다면 배는 표류하듯 아무 방향 없이 흘러가 버리잖아요?
그럴 때마다 ‘오늘의 나’에게 이 작은 닻을 내려주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창한 취미 생활이나 여행 같은 큰 이벤트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오늘 마신 차의 따뜻한 기운,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혹은 오늘 만난 사람의 눈빛 속에서 발견한 작은 미소 같은 것들을 '아, 이걸 놓치지 말아야겠다' 하고 마음속으로 기록해두는 습관.
이런 사소한 '의식적인 감각 수집'이 모여서, 시간이 흘러도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게 지켜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매 순간의 감각을 의식적으로 '느끼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시간 감각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