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생각, 이 시간이라는 걸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요즘 들어 유독 시간의 흐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돼요.

    특별히 무언가 큰 사건이 터지거나,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 아니면, 하루가 마치 아주 얇은 필름처럼 스르륵 지나가 버리는 기분이랄까요.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은 또 하루가 시작하는구나'라는 막연한 인지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어느새 저녁 식탁의 불빛이 켜져 있고, 창밖의 풍경은 어제와는 미묘하게 다른 색감으로 바뀌어 있어요.
    그 사이의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마치 제가 그 과정을 관찰하는 제3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아요.

    마치 시간을 수치(분, 시)로 재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흐름 자체, 즉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라는 현상을 하나의 흥미로운 관찰 대상처럼 바라보게 되는 거예요.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때, 지나가는 구름의 속도, 나뭇잎이 바람에 떨리는 리듬 같은 것들만이 제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흐름의 증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시간의 속도를 재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는 일종의 지적 유희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이 시간이 나를 통과하고 있다는 덧없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의 흐름에 대한 사유는 종종 과거와 연결되곤 해요.

    어렸을 때는 시간이 너무 느려서 지루하기만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느림' 자체가 무한한 놀이의 여지를 주었나 싶기도 하고요.
    반대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예를 들어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할 때처럼 '순간'이라는 것이 주는 강렬한 밀도는, 그 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죠.

    그래서 이 '멈춤'에 대한 갈망이 역설적으로 '흐름'에 대한 집착으로 변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흐르는 강물을 억지로 붙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손바닥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듯, 우리의 노력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우리는 이 찰나의 순간들을 '경험'이라는 형태로만 저장할 수 있고, 그 경험의 파편들을 모아 '나의 하루'라는 거대한 서사를 짜 맞추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없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처럼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이 '흐름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의미 있는 활동으로 삼아보는 것이 요즘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습관이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보다 그 속도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 오히려 현재를 가장 충실히 사는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란 붙잡으려 할수록 더욱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저 흘러가는 리듬 자체를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 가장 좋은 관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