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쓰기 귀찮으면 그냥 짐짝일 뿐인 경험담 솔직히 요즘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들 보면 '이게 진짜 혁신이다!' 싶은 기능들이 너무 많잖아요.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쓰기 귀찮으면 그냥 짐짝일 뿐인 경험담

    솔직히 요즘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들 보면 '이게 진짜 혁신이다!' 싶은 기능들이 너무 많잖아요.
    최신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건 나한테 꼭 필요할 거야'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워요.

    저도 그랬거든요.

    예전에 주방에 최신형 에어프라이어 하나 들였을 때가 기억나요.
    설명서만 펼쳐놓고 기능 버튼들이 무슨 외계어 같아요.
    '이거면 겉바속촉은 기본이고, 저온 조리도 되고, 심지어 청소 모드까지 있다'는데, 막상 내가 뭘 하려고 하니 버튼 하나 누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미니 과정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그냥 감자튀김을 바삭하게 만들고 싶은 건데, '세부 코스 설정'이라는 메뉴에 들어가서 온도 범위를 1도 단위로 조절하고, 섞는 타이밍까지 지정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든 결과물이, 그냥 예전에 쓰던 투박한 오븐에 시간 맞춰 넣었던 것보다 체감상 '더 좋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더라고요.
    결국 그 복잡한 과정 자체가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장벽으로 다가오고, 그 장벽을 넘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기능의 스펙 시트만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 사용자의 일상이라는 거대한 맥락 속으로 들어가면 '와, 이걸 쓰려면 내가 또 공부해야 되네?'라는 피로감이 먼저 올라오는 거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까, 제가 뭘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성능'이 아니라 '마찰력(Friction)'이 거의 없는지 여부더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마찰력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심리적인 저항감 같은 거예요.
    제품을 꺼내서, 전원을 켜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까지의 과정에 '아, 또 이것까지 해야 되나?' 싶은 단계가 하나라도 추가되면, 그 순간 그 제품의 매력도는 반토막이 나버려요.

    예를 들어, 스마트 홈 기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기능 자체는 너무 완벽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만, 결국 아침에 일어나서 '음, 오늘 날씨가 흐리니 조명 밝기를 30%로 맞추고, 커피 머신은 3분 뒤에 작동시켜 줘'라고 음성 명령을 내리는 과정 자체가 너무 길거나, 특정 시간에만 작동하는 제약이 걸려 있으면, 그냥 '손으로 스위치 끄는 게 더 빠르다'는 결론에 도달하거든요.

    결국 우리는 기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건데,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 해도, 그 기술이 나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즉 '직관적인 편리함'을 제공하는 게 최고의 성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최고의 제품이란 가장 눈에 띄지 않게, 그냥 존재 자체가 편리함을 증명해내는 물건인 것 같아요.
    아무리 화려한 스펙도, 사용자가 '생각할 필요 없이' 쓸 수 없다면 그저 복잡한 장식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