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이 최고가 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건 ‘만지는 재미’ 같은 건가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세상의 모든 시스템들이 '최적화'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엄청나게 다듬어지고, 사용자 경험(UX)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매끄럽게 포장되잖아요.
물론 그 결과물이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지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복잡했던 작업이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예전 같으면 전문가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했을 일들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쉬움'의 끝자락에서 묘한 허전함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마치 모든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들이 싹 걷어내지고, 너무나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 장치만 남은 것 같은 느낌?
예전에는 적어도 뭔가 설정값을 만지거나, 이 값을 좀 건드려봐야 '어?
이 정도까지도 되네?' 하는 작은 발견의 기쁨이 있었잖아요.
예를 들어, 옛날 카메라를 다뤄보던 사람들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넘어, 조리개 값, 셔터 속도, 심지어 필름의 감도까지 직접 계산하고 조합하는 과정 자체에서 엄청난 지적 쾌감을 느꼈거든요.
그 과정의 어려움과 그로 인해 얻는 통제감이 주는 만족감이, 지금의 '원터치 최적화'가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과는 결이부터 다른 감정인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 편해지면서, 오히려 '내가 이 시스템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잃어버린 건 아닐지, 가끔은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절의 재미'라고 부르는 건, 어쩌면 일종의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을 즐기는 본능적인 욕구일지도 몰라요.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처음에는 어색하고, 수많은 변수들 사이에서 나만의 최적점을 찾아 헤매야 하잖아요.
그 시행착오 자체가 우리 뇌에 강력한 보상 시스템을 작동시키거든요.
마치 복잡한 레시피가 가득한 요리책을 펼쳐놓고, 재료 A를 이렇게 넣으면 맛이 더 깊어지고, 재료 B는 이 타이밍에 넣어야 산미가 살아나는 식의 미세한 조율을 거치잖아요.
만약 이 모든 과정을 AI가 '최종 맛'으로 딱 정해버리고 '이것만 하세요'라고 알려준다면, 우리는 훌륭한 결과물은 얻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나만의 발견'의 기쁨을 놓치게 되는 거죠.
요즘의 시스템들은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너무 많은 변수를 '자동으로' 처리해버리는데, 그 결과 사용자는 마치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최고급 차량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물론 안전하고 빠르지만, 가끔은 제가 직접 기어를 바꾸고, 핸들을 꺾으며 느끼는 '운전하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 같은 게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 복잡함 속에서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느낌 말이에요.
우리가 추구하는 '최적의 효율'이라는 목표가 너무 강해지다 보니, 시스템의 본질적인 '불완전함'이나 '조절할 여지'를 간과하고 지나치는 건 아닌지, 가끔은 멈춰서 '내가 지금 이 설정을 건드려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엉뚱한 곳을 건드려보는 용기가 필요해 보여요.
완벽한 효율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조절의 여지'를 되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