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숫자로 매기기 힘든 '경험'의 무게가 스펙보다 무거워진 건 아닐까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예전에는 뭔가 '스펙'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했잖아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숫자로 매기기 힘든 '경험'의 무게가 스펙보다 무거워진 건 아닐까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예전에는 뭔가 '스펙'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했잖아요.
    대학 간판부터 시작해서, 자격증 몇 개, 몇 년의 경력직이라는 타이틀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주는 수치 같았거든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남들 평균치 이상'을 보여줘야 안심되는 기분이 강했어요.

    마치 높은 숫자가 곧 높은 안정성과 성공을 보장해줄 것만 같았죠.

    심지어 최신 전자기기를 사거나 여행지를 고를 때도, '몇만 화소', '최대 속도', '별점 몇 개' 같은 구체적인 수치들이 저를 이끌었어요.
    그 수치들이 주는 확실한 기준점, 일종의 안전망 같은 거였달까요.

    그게 일종의 '보여주기식 안정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비교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그 수치들만이 유일한 진실처럼 믿어왔던 건 아닌지, 문득 씁쓸하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제가 몇 번의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을 겪으면서 느끼는 건, 그 숫자들이 주는 안정감보다 훨씬 더 짙고 따뜻한 무언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경험'의 밀도 같은 건가 싶어요.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멋진 풍경을 찍어와도, 그 장소에서 겪었던 비 오는 날의 흙냄새나, 현지 시장 상인과의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대화 같은 것들은 사진 몇 장으로 절대 담아낼 수가 없잖아요.
    그런 순간들은 그냥 '기억'이라는 형태로 제 안에 깊숙이 자리 잡아요.

    그 기억들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때 저렇게 해봤었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주는 근거가 되기도 하죠.

    사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완벽하게 계산된 '스펙'이라는 틀 안에 나를 가두려고 애쓰다가, 정작 가장 소중한 '나'의 본질적인 색깔이나 감정의 깊이를 놓치고 살았던 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보기 좋은 '완벽한 데이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었던 '휘청거리던 순간들'을 더 곱씹어보는 시간이 저한테는 더 큰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결국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는 것보다, 나만의 서사로 채워지는 깊이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