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쓰는 요즘 디지털 생활 근황, 기록의 무게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할 때, 그 순간 자체의 생생한 감각이나 흐름을 온전히 느끼기보다, '이걸 어떻게 기록할까'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친구들과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의 전부였잖아요.
맛있는 음식 앞에서 웃고, 대화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그저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기분이 들곤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이 각도가 제일 예쁘겠지?'라며 최적의 구도를 찾느라, 정작 그 음식을 맛보는 미묘한 감각이나 친구의 웃음소리가 배경음처럼 스며드는 그 순간의 온기를 놓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여행 같은 거 가면 더 심하죠.
눈앞에 펼쳐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담기기보다,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 '인증샷'으로 남겨지는 순간의 미학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 순간을 경험한 사람만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동이나 예측 불가능한 즉흥성은, 결국 편집되고 필터링된 이미지 몇 장에 압축되면서 희미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마치 내가 경험한 것이 '나'의 기억이 아니라, '내 갤러리'에 저장될 콘텐츠가 되어버린 기분이랄까요?
이런 현상을 겪으면서, 저는 요즘 의식적으로 '기록하지 않는 순간'을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물론 모든 순간을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업무적인 기록이나 추억을 남기는 건 당연히 필요하잖아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주변의 소리나 빛의 움직임에만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예를 들어, 카페에 갔을 때도, 메뉴판을 찍기 전에 일단 창가 자리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테이블 위 먼지를 어떻게 반짝이게 하는지, 그 빛의 움직임 자체를 눈에 새기려고 노력해요.
혹은 친구와 대화할 때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눈빛이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따라가 보려고 애쓰거든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기록'이라는 목적지를 잠시 잊어버리니, 그 순간의 감각들이 훨씬 더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순간의 '느낌' 자체를 기억의 주된 저장고로 삼으려고 애쓰는 과정인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완벽하게 보여지는 경험'에 익숙해져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경험'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살았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런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나 자신에게만 속삭이는 진짜 추억들을 쌓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결국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가장 카메라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포착된다.
** 기록을 위한 '과정'보다, 오롯이 현재를 느끼는 '순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가장 소중한 감각적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