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장비'에 혹해서 셋업에 돈 쓰지 말자, 진짜 만족도는 따로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인생 셋업'이라는 게 너무 유행이라, 막 돈 주고 산 모니터 암이나, RGB가 번쩍이는 키보드, 이름 모를 쿨링 패드 같은 거 보면 괜히 나도 뭔가 거창한 걸 갖춰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 때가 많아요.
저만 그런 건가 싶어서, 나도 뭔가 '완벽한' 책상을 꾸미기 위해 지름신을 강림시키곤 했거든요.
막 유튜브에서 보는 해외의 오션뷰나, 전문 스튜디오 느낌의 셋업을 따라 하려고 이것저것 사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통장 잔고만 텅 비어버리고, 막상 책상 앞에 앉아도 '어?
이거 예쁘긴 한데, 뭔가 텅 빈 느낌?' 이랄까요?
처음엔 그 비싼 장비들이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줄 마법의 도구' 같았는데, 막상 매일같이 사용하다 보니 그건 그냥 '화려한 소품'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더라고요.
제가 깨달은 건, 최고의 셋업이라는 건 사실 '최첨단 사양'이나 '고가 브랜드'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그 반대, 아주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서 만족감이 폭발한다는 걸 경험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뀐 지 오래예요.
마치 비싼 옷을 사서 입는 것보다, 가장 아끼는 편안한 후드티를 입고 아침에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의 안정감' 같은 거랄까요?
겉으로 보이는 스펙보다, 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의식(Ritual)'의 힘이 훨씬 크다는 걸 깨달았죠.
이 '의식'이라는 게 되게 추상적이라 설명하기 어려운데, 예를 들어볼게요.
제 책상 위를 보면, 사실 별거 없어요.
요즘은 키보드도 예전처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그저 타이핑할 때 '찰칵'거리는 소리가 너무 거슬리지 않는, 적당히 정돈된 느낌의 기계식 키보드를 고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무리'의 의식이에요.
퇴근하기 10분 전, 아무리 바빴어도 전 무조건 케이블들을 종류별로 정리하고, 오늘 사용했던 펜이나 메모지들은 제자리에 꽂아두는 거예요.
이 과정이 일종의 '업무 종료 의식' 같은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조명이에요.
비싼 스탠드 대신, 창가에 기대어 들어오는 오후 3시쯤의 자연광이 책상 모서리나 책등에 떨어지는 각도를 유심히 보거든요.
그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그 따뜻한 색감 자체가 저에게는 최고의 '디자인 요소'예요.
이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아, 오늘 하루도 나름 잘 해냈구나'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더라고요.
결국 셋업을 꾸민다는 건, 단순히 작업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행위를 넘어, 그 공간을 통해 '나 자신에게 심리적 안식처를 만들어주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주변에서 누가 "너 셋업 좀 바꿔봐"라고 할 때, "음, 비싼 거 말고, 오늘은 아침에 마신 차 향을 맡으면서 이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오늘 최고의 셋업이에요"라고 되받아치기도 한답니다.
셋업의 진정한 완성도는 장비의 성능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나 자신을 돌보는 사소하지만 꾸준한 '나만의 습관'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