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냥 흘려보냈는데, 요즘은 왜 사소한 리듬까지 데이터로 봐야 할까요?
요즘 들어 제 생활 패턴을 돌아보면, 제가 얼마나 '측정 가능한 변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새삼 놀라곤 합니다.
어릴 때는 그냥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으면' 되는 단순한 생존 공식으로 하루를 살아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뭘 했는지, 오늘 걸음 수는 몇 개인지, 심지어 밤에 잠들기 직전에 어떤 앱을 몇 분 동안 스크롤했는지까지, 마치 제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체 데이터 스트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스마트 워치에 기록된 심박수 변화 그래프를 보면서 '어?
어제 이 시간에 활동량이 떨어졌네?', 혹은 수면 사이클 분석표를 보면서 '이때 얕은 잠에 많이 빠졌네'라며 스스로를 코칭하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과정들이 처음엔 신기하고 뭔가 '효율적이다'라는 만족감을 줬는데, 이게 어느 순간 저를 좀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디지털 기기와의 관계에서 이런 현상이 극대화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마트폰을 켜면 그냥 켜는 대로 봤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정도로 치부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스크린 타임 리포트를 열어보면, '여기서 30분 동안 유튜브를 봤는데, 이 중 15분은 사실 검색창에 뭘 치다가 멈춰서 멍 때린 시간이다'라는 식의 분석이 덧붙여져 있어요.
이 사소한 '멈춤'조차도 시간 낭비의 증거처럼 느껴지면서, 제가 의식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목적 지향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
물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짜는 과정 자체는 성장의 동력이 되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완벽한 최적화의 덫에 걸려, 그저 '멍 때리는 시간'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흘려보내는 시간, 계획표에 적을 수 없는 무의미한 여유가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배터리 충전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너무 많은 '좋은 습관'들을 쌓으려다 보니, 가장 중요한 '지금 여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 데이터로 기록될수록, 그 데이터 바깥의 '무의미한 순간'을 의도적으로 허락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