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요즘 제가 물건 고르는 기준이 성능에서 '맥락'으로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스펙표만 보고 물건을 골랐던 것 같아요.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면, 일단 '최고 사양'이 뭔지부터 찾아봤거든요.
CPU 속도가 얼마나 빠한지, 배터리가 몇 시간이나 가는지, 카메라 센서가 얼마나 크한지… 마치 게임을 할 때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올리는 것처럼, 모든 걸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어요.
정말 그 시대의 전형적인 소비 패턴이었겠죠?
예전 친구들이랑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이런 얘기 하곤 했어요.
"너 그거 사면, 얘는 이거 할 수 있대." 하면서 마치 스펙 비교 시합을 하듯 장비 자랑을 했었고요.
그때는 '더 좋다'는 게 곧 '더 강하다'는 의미와 직결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실제로 엄청난 성능을 가진 제품들을 써봤을 때, 그 성능이 주는 만족감은 분명히 엄청났어요.
정말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았던 작업이 뚝딱 해결되는 경험은 짜릿하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살다 보니까 그 '최대 성능'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옅어지더라고요.
마치 너무 강한 엔진을 달린 차가 아니라, 이 동네 골목길의 분위기에 딱 맞는 디자인의 자전거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오히려 그 제품이 내 생활 패턴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예를 들어,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딱 그래요.
예전에는 '와, 음질이 얼마나 웅장한지!'에 감탄하느라 디자인이나 크기는 아예 신경 안 썼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거실 인테리어랑 어울리는 색감인지, 너무 크지 않아서 공간을 뺏어가는 느낌은 아닌지, 심지어 내가 아침에 커피 내릴 때 켜도 배경음악처럼 은은하게 깔리는 정도의 존재감이 좋은지 따지게 되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미적인 만족감만은 아닌 것 같아요.
뭔가 '과하지 않은' 적절함, 즉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도, 그 물건이 그 공간의 일부가 되어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배경처럼 받쳐주는 느낌이 중요해진 거죠.
아까는 무심코 지나가던 디자인의 펜 하나를 보고도 '이 펜이 내 노트의 구석구석에 어떤 질감으로 스며들까?' 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제가 원하는 건 '최첨단 기술의 과시'라기보다는, '나의 일상이라는 캔버스를 가장 편안하게 완성해주는 조연' 같은 느낌이 된 것 같아요.
복잡한 기능들로 가득 찬 것보다, 딱 필요한 기능을 가장 부드럽게 수행하는 사물에 마음이 끌리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제 삶의 속도가 '과잉'을 거부하는 건지, 저 스스로도 종종 생각하게 되네요.
결국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성능의 수치보다 그것이 나의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러운 '맥락'을 제공하는지를 따지는 쪽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