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는, 이유 모를 만성 피로감에 대하여 (feat.
에너지 고갈)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는 말이 입에 붙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게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 오는 피로가 아닌 것 같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은데, 하루가 끝나고 나면 온몸의 에너지가 마치 무형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텅 비어버려요.
제일 황당한 건, 이 피로의 원인이 명확하게 하나로 지목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제 밤에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회사에 가거나 책상 앞에 앉으면 머리가 솜처럼 몽글몽글하고, 뭘 하려고 해도 그 '시동'이 걸리지 않아요.
누가 "너 요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면, "글쎄요, 그냥 좀...
비효율적이라 그런가 봐요."라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죠.
마치 에너지가 특정 배터리 하나가 아니라, 온몸의 여러 장기에서 동시에 미세하게 새어 나가는 느낌?
이 '존재적 비효율'이라는 단어가 요즘 제 삶을 가장 정확하게 정의하는 단어인 것 같아요.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 아시나요?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니까, 뭘 해도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지치는 거예요.
솔직히 요즘 우리가 받는 피로는 단순히 육체 노동에서 오는 근육통 같은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인지적 과부하'나 '정서적 소모'에서 오는 종류가 대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업무상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사실 그 회의의 결론이 뭐였는지, 내가 오늘 당장 뭘 해야 하는 건지까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그냥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로 시간과 정신력이 소모되는 느낌?
게다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정보 흐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큰 원인 같아요.
어제 본 뉴스, 친구가 올린 사진, 읽다가 만 유튜브 영상의 조각들이 머릿속에 파편처럼 쌓여서, 마치 백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알람이 동시에 울리는 것처럼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쉬려고 누워 있어도 뇌는 쉬지 못하고, 어제 본 흥미로운 정보나 내일 해야 할 할 일 리스트를 계속 순환시키느라 에너지를 쓰잖아요.
이 '쉼'마저도 일종의 노동처럼 느껴지는 이 딜레마가, 결국 우리가 느끼는 이 모호하고 만성적인 피로의 핵심 아닐까 싶어요.
이럴 땐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멍 때리는 시간마저도 '뭔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 같아 더 자책하게 되기도 해요.
결국 이 피로는 '무엇을 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무엇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나 자신'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일종의 에너지 균열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나 자신에게 선물해 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완벽하게 효율적일 필요가 없다는 걸,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연습 같은 거요.
오늘의 피로는 원인 규명보다 일단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모호한 피로는 무언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