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학교 생활을 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소비 습관, '무엇'보다 '어디서'가 중요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한때는 '비싼 것이 곧 좋다'는 공식에 너무나 깊이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만나서 옷이나 전자기기 같은 거 살 때, 일단 유행하는 브랜드 이름표가 붙어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거 사야 해'라는 강박에 시달렸거든요.
남들이 쓰는 거 보면 나도 저걸 써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소유욕 경쟁' 같은 게 있었달까요.
그때는 제품 자체의 기능이나 실용성보다는, 그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증명'이나 '나도 이 정도는 누릴 자격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소비의 가장 큰 동력이었었어요.
마치 내가 이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의 가치까지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이거 사면 나도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아'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잦았고, 막상 물건을 받아보면 기대했던 그 '와우(Wow)' 포인트가 금방 사라지고 그냥 '아, 돈 썼네' 하는 공허함만 남기도 했고요.
시간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좀 해보니, 그 공허함의 원인이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감싸고 있던 '맥락'이 깨지면서 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은 소비를 할 때 '이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보다, '이걸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게 될까?'라는 질문부터 던지게 됐어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는 것도 그렇고요.
예전 같았으면 '가장 비싸고 예쁜 머그컵'을 사서 커피를 마시는 데 만족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그 머그컵 자체의 디자인보다는, 그 카페의 '골목감성'이나 '창가 자리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그 순간의 분위기'에 돈을 더 지불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건 단순히 커피 한 잔 값 이상의, 일종의 '경험에 대한 구독료' 같은 느낌이에요.
혹은 옷을 살 때도 그래요.
그냥 '예쁜 블라우스'를 사기보다는, '이번 주말에 친구들이랑 북촌 한옥마을을 산책할 때 입으면 분위기 좋을 만한 무채색 계열의 옷'처럼, 특정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에 맞춰서 코디를 짜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결국 소비라는 행위가 나 자신을 위한 보상이라기보다는, 내가 꿈꾸는 '나의 라이프스타일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세트장 꾸미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제품의 스펙표를 꼼꼼히 보는 것보다, 그 제품이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쳐 어떤 공간에서 쓰였는지 그 '스토리텔링'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이제 나에게는 제품 그 자체의 스펙보다, 그 제품이 연출해내는 삶의 배경과 맥락이 더 중요한 가치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