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매끈해진 세상의 사물들 사이에서, 나는 조금 거친 질감의 기억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요즘 들어 주변을 둘러봐도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물론 기술의 발전이 주는 편리함과 안정성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켜면, 앱을 구동하면, 심지어 길을 안내받는 내비게이션조차도 오류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해졌죠.
모든 것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예상치 못한 버그나 꼬임 같은 것들이 사용자 경험에서 제거된 것 같아요.
마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최적화'라는 거대한 필터를 거쳐 지나간 결과물 같달까요.
예전에는 뭔가 설정을 건드리거나, 여기저기 만져보면서 '이걸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일종의 탐험 과정 자체가 재미의 일부였는데, 이제는 그런 '만질 거리'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에요.
모든 기능이 너무 직관적이라서, 오히려 '이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 그냥 '일단 작동만 하면 된다'는 안정감에 안주하게 되는 거죠.
이 완벽함의 이면에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일종의 '불완전함의 미학'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가끔 생각하게 돼요.
이런 흐름 속에서 저는 역설적으로 '거친 질감'에서 오는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요즘 나오는 가전제품들은 정말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매끈해서 보기 좋지만, 가끔은 투박하게 각진 디자인이나, 사용감이 그대로 남아있는 빈티지한 물건들에서 더 큰 생명력을 느껴요.
오래된 책의 모서리 부분에 닳아 생긴 미세한 구김, 손때가 묻어 누렇게 변색된 가죽 커버의 감촉, 혹은 잉크가 번져서 완벽한 직선을 이루지 못하는 만년필 펜촉의 떨림 같은 것들이요.
이런 '흠집'들은 그 물건이 겪어온 시간의 기록이자, 사용자가 그 물건과 얼마나 깊이 상호작용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사용 이력서' 같달까요.
설정 만지는 재미가 사라진 건, 우리가 '조작의 주체'에서 '수용의 주체'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모든 것이 너무 편해지니, 우리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고쳐나가는' 과정 자체가 주는 성취감, 그 '진흙탕 속의 재미'를 잊고 살았던 건 아닌지 말이에요.
결국 삶이라는 것도, 완벽하게 매끈한 매뉴얼대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요?
가끔은 엉켜도 괜찮고, 살짝 비틀어져도 괜찮은, 그런 '투박한 우리들만의 리듬'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가장 매끈한 안정성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거친 질감에서 오는 시간의 흔적과 인간적인 불완전함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