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기일수록,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틈'을 만드는 기술인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마치 우리 삶이라는 것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 속에 던져진 작은 부품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기 직전까지, 시간표는 빼곡하고, 해야 할 일 목록(To-do list)은 끝이 없어 보인다.
이 모든 활동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비로소 '하루를 보냈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 톱니바퀴들이 너무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것이 완전히 고갈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번아웃'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바로 이런 과부하 상태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잠이 부족한 것도 문제는 아니지만, 진짜 부족한 건 그 물리적 시간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시간들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인 '여백' 같은 것들이다.
마치 공기처럼, 아무런 기능적 목적을 부여하지 않았는데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를 지탱해 주는 공간 같은 것 말이다.
이 틈이 없다 보니,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사소한 지연에도 불안해하며, 늘 무언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처럼 틈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은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에너지 관리 기술이라는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다.
이 '틈'을 만드는 과정은 사실 의지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효율성'이라는 단어에 길들여져서, 낭비되는 모든 순간을 죄책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가장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게 되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무의미해 보이는 산책길을 걷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혹은 목적 없이 책장을 넘기는 행위 같은 것들이 말이다.
이런 순간들은 뇌가 잠시 '재부팅'할 시간을 주는 것과 같다.
마치 컴퓨터가 과부하로 멈췄을 때, 전원 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는 과정과 유사하다.
물리적인 공간의 틈이라면,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조용한 골목길이나, 창가에 앉아 햇볕만 쬐는 몇 분의 시간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심리적인 틈이라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대신, 그 순간의 감각(커피의 온도, 바람의 느낌 등)에만 온전히 집중해보는 '의식적인 멈춤'이 필요하다.
이 작은 멈춤들이 쌓여서야 비로소 우리는 다음 번 바쁜 일정들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확보하는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빈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