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요즘 들어 문득문득,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요, 제가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친구의 복잡한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과정 자체에서 일종의 '성취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았어요.
마치 제가 이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은 사람처럼요.
그래서 남들이 힘들어하면 저도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함께 힘들어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만약 상대방이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공감 능력과 지식을 쏟아부어 이 상황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그게 일종의 관계적 의무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 친구들과 모여서 각자의 고충을 쏟아내고 나면, 다들 "오늘 수다 떨어서 좋다"고 웃지만, 정작 저는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마치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나갔는데, 아무도 모르게 70%는 새어 나간 느낌?
그렇게 관계를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온 기분이 들 때가 많아서, '이게 맞는 걸까?' 하는 공허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가 가장 크게 느끼고, 또 연습하고 있는 게 바로 '나의 에너지 유지'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두는 연습이에요.
물론 관계가 없으면 삶도 재미없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건 정말 소중하잖아요.
그걸 부정하자는 게 절대 아니에요.
다만, 그 연결이 나 자신을 완전히 바닥까지 깎아내리는 방식이라면, 그건 잠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예를 들어, 친구가 겪은 일에 대해 끝없이 하소연을 할 때, 예전 같으면 제가 "그건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며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제 머리를 쥐어뜯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속으로 '아, 이 부분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구나.
이 사람은 지금 해결책보다 그냥 누군가에게 들어주는 것 자체가 필요하구나' 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듣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만약 대화가 너무 감정적으로 격해지거나, 저의 경계를 넘어서는 요구가 들어온다면, "미안하지만 나도 오늘 컨디션 관리가 좀 필요한 것 같아.
우리 이 주제는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다음엔 좀 가벼운 거 이야기할까?" 하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 작은 거절들이 사실은 저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배려'라는 걸 깨닫는 중이거든요.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오래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 진정한 연결은 서로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충전 상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