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데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기에 드는 묘한 생각들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도 없고, 큰 변화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날들이 모여서 어느새 휙 지나가 버리는 기분 말이에요.
마치 롤러코스터의 가장 재미있는 순간만 편집해서 보여주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어제 분명히 이 시간에 뭘 했는지, 저녁 식사 후 뭘 했는지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뒤에 나를 돌아보면 '어?
오늘 하루가 이랬었나?' 하는 몽롱함이 남아요.
이 막연한 상실감은 시간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지나간 시간들을 온전히 붙잡아 두지 못하는 무력감 같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경험'해야 하루가 알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알참'이라는 건 사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성과나 사건의 크기로 재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안에서 느끼는 밀도 같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특히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에 느끼는 그 공허함은, 사실 지난 며칠간의 시간이 너무 '부드럽게' 흘러가서, 마치 흐릿한 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저 혼자 계속 곱씹어만 보게 되네요.
그래서 문득, 시간의 흐름을 어떤 시계 바늘처럼 '측정'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도 그저 '커피 한 잔을 마셨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커피의 온도가 식어가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변화,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의 무게감, 그리고 그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붙잡아 두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런 작은 '순간의 밀도'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막연한 불안감 대신 '지금 여기'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다음'의 무언가, 혹은 '지난'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지금 이 순간이 주는 고유한 질감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이 루틴한 일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멈춰 서서,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의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재려고 하기보다, 매 순간의 미묘한 감각 변화를 온전히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