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디지털 기록, 너무 '나'를 위한 것이 되진 않았을까?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요즘 디지털 기록, 너무 '나'를 위한 것이 되진 않았을까?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너무 습관적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요.
    예전에는 여행 가서 멋진 풍경을 보면, 그냥 눈에 담고 마음속에 아련하게 간직하는 게 전부였잖아요.
    그게 일종의 '비밀스러운 보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일단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맛있는 카페에 갔을 때도,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그 순간 자체의 에너지보다, '이 순간을 어떻게 가장 예쁘게 포착할까?'라는 생각에 먼저 몰두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거든요.

    심지어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 각도가 가장 잘 나올지, 이 조명이 가장 좋을지 계산하느라 그 대화의 흐름을 놓쳐버린 적도 있어요.
    마치 우리가 살아있는 경험 그 자체보다, 그 경험을 증명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쓰는 것 같다는 자책감 같은 게 들더라고요.
    이 모든 기록들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이런 일을 했었다'는 공허한 증명서들로만 남을지 가끔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나름대로 '디지털 디톡스'의 영역을 재정립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디지털 기록이 완전히 무의미한 건 아니잖아요.
    추억을 공유하고, 나중에 돌이켜볼 때 의미 있는 앵커(닻) 역할을 해주는 건 분명히 필요하죠.

    하지만 그 기록이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기술은 분명 경이로운 도구예요.
    내가 본 멋진 예술 작품을 검색해서 관련 배경 지식을 찾아보거나, 오래된 사진들을 앨범으로 엮어보면서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는 건 정말 큰 즐거움이에요.

    하지만 핵심은 '도구'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즉, 사진기는 눈을 대신 찍어주는 보조 장치일 뿐, 그 순간의 온도, 냄새, 사람들의 미묘한 떨림 같은 비물질적인 감각들은 오직 내 안의 기억 회로에 저장되어야 한다는 거죠.
    가끔은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그저 그 공간에 몸을 맡기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완벽하게 기록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순간의 '완벽한 무감각함'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기록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해진 것 같아요.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 목적은 '기록'이 아니라, '충만함'을 느끼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기록은 경험을 증폭시키는 보조 도구일 뿐,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