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리다 문득 멈춰서 주변의 작은 감각들을 느끼고 싶다
요즘 들어 유독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마치 제 삶 자체가 고속도로를 달리듯, 엔진이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하고, 또 다음 날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너무나 효율적이고 빠르다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제가 '살아있다'는 감각의 영역을 놓치고 사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모든 것이 목표 달성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휩쓸려 가다 보니, 주변 환경은 그저 배경 소음처럼 처리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고 앉아도, 그저 '카페에 앉아있다'는 상태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오늘 이 보고서를 끝내야 한다'는 다음 할 일에 대한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커피가 식어가는 미지근한 온도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나뭇잎 사이의 햇살이 만들어내는 움직이는 그림자 같은 것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제 의식의 가장자리로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그것들을 온전히 '감지'하고 '기억'하기에는 정신이 너무 바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제가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에 빠져서, 가장 중요한 나침반의 방향 감각마저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려고 애쓰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거창한 '힐링 여행'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일상 속의 '마이크로 브레이크'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빼고 그냥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나, 맞은편 사람이 뱉는 나지막한 기침 소리 같은 것들을 의식적으로 들어보려고 노력해요.
신기하게도,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소음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들여다보려고 애쓰다 보면, 그 순간의 '지금 여기'에 제가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돼요.
또, 점심시간에 급하게 먹는 밥 대신, 일부러 식탁 위에 있는 식기의 무게감이나, 밥알이 혀에 닿는 그 미세한 질감에 집중해 보기도 해요.
이런 작은 감각들이 모여서, 제 내부의 '주의력 근육'을 다시 운동시키는 기분이랄까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처리'하느라, 오히려 '느끼는' 능력을 퇴화시켰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결국 바쁘다는 건,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감각 회로도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는 의미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제 '쉬는 것'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지 않으려고 해요.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주변의 온도, 냄새, 빛의 각도 같은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능동적인 휴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런 사소한 감각의 재발견이, 결국 다시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저에게 필요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진정한 여유는 멈춤 그 자체가 아니라, 멈춘 순간 주변의 감각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