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주변기기 고르는 기준이 묘하게 달라진 것 같아요.
물건 하나를 사도 결국은 그 공간과 나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퍼즐 조각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유독 강하게 들어요.
예전에는 정말 순수하게 '기능'이나 '성능'만 보고 물건을 골랐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우스가 필요하면 무조건 DPI 수치가 제일 높은 걸 찾거나, 키보드는 키 배열이 가장 완벽한 걸 찾아 헤매곤 했죠.
그때는 정말 '최적화'라는 단어에 사로잡혀서, 이 제품이 내 작업 효율을 몇 퍼센트나 올려줄지, 혹은 이 스펙이 업계 최고 수준인지 같은 수치적인 비교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그래서 제 책상 위도 그랬고요.
검은색으로 통일하거나, 혹은 최대한 기능적인 느낌만 강조한, 마치 실험실 같은 느낌의 전자제품들로 가득 차 있었죠.
물론 그것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긴 했지만, 막상 사용하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나'라는 사람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좀 삭막하고 차가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마치 성능이라는 옷만 입고 온 사람 같았달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제가 정말 신경 쓰기 시작한 부분이 '질감'이나 '색감'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이더라고요.
요즘은 제품을 고를 때 스펙표를 보기 전에, 일단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감,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이나 우드 같은 재질이 주는 차가운 촉감이나 따뜻한 감촉 같은 것들을 먼저 만져보게 돼요.
그리고 그게 제 책상 위에 놓였을 때, 옆에 있던 스피커의 마감이나 모니터 암의 색상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지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에는 그냥 무난한 블랙 제품을 여러 개 섞어 썼다면, 지금은 일부러 톤 다운된 베이지나 짙은 녹색 같은 컬러 팔레트를 정하고, 그 안에서 이질감 없이 조화되는 제품들만 골라오게 됐어요.
이게 단순한 미적 취향의 변화를 넘어선 것 같아서 신기해요.
마치 제가 어떤 분위기 속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지, 혹은 제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지를 기기들이 대신 말해주는 기분이랄까요.
이제는 기기를 고르는 행위가 단순한 '소비'라기보다, 제 삶의 일부 공간을 '연출'하는 과정처럼 느껴지거든요.
결국,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성능에서 분위기, 즉 '공간의 완성도'로 옮겨간 거 같아요.
이제는 기기가 나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도구이기 이전에, 나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