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IT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설명하기 지치게 만드는 사소한 귀찮음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결국은 '규칙'과 '논리'로 돌아간다는 걸 어느 정도 내재화하고 산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코드 한 줄을 짜거나 복잡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 우리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간결하며, 가장 오류가 적은 경로를 찾아내는 쾌감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막상 현실 세계, 특히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비선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에 부딪히면, 그 피로도가 기술적인 버그를 잡을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과는 차원이 다르게 지치더라고요.
기술적인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존재합니다.
A라는 버그가 생기면, 디버거를 돌리거나 문서를 뒤져서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귀찮음은요?
이건 마치 끝없이 분기되는 조건문(if/else if/else) 같아서, 어디서부터 논리가 꼬였는지, 누가 어떤 전제를 깔고 이야기했는지 처음부터 다시 역추적해야 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단순한 회의 일정 조율 같은 거요.
'혹시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쯤 괜찮으신가요?'라는 질문 하나에, 결국은 시간대 차이, 참여 인원별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그리고 그들 각자가 생각하는 '업무 시간'이라는 모호한 변수들이 얽혀서, 결국은 '다시 한번 조율해보시고 편한 시간 알려주세요'라는 무한 루프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흔하잖아요.
이 과정 자체가 이미 엄청난 '프로세스 오버헤드'인 거죠.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최적화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보니, 모든 정보는 구조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그 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 모든 게 체계적으로 아카이빙되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런데 말로만 전달되는 회의, 혹은 슬랙(Slack)이나 이메일로 여기저기 흩어지는 결정 사항들을 모아보려면, 마치 고대 유적지에서 파편화된 기록들을 조합하려는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에요.
"원래 그렇게 하던 방식이잖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가장 강력한 '레거시 코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수백 번의 테스트와 수치로 증명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례'라는 이름의 강력한 알고리즘이 모든 개선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느낌?
그게 진짜 멘탈을 갉아먹는 것 같아요.
기술적인 문제는 결국 '언어'로 정의가 끝나는데, 사람의 논리적 비효율성은 마치 '감정'이라는 변수처럼 개입해서, 아무리 완벽한 로직을 짜도 마지막에 '근데 기분이 좀...' 같은 예외 처리가 붙어버리거든요.
이 지점에서 오는 피로감이, 밤새도록 버그를 잡고 났을 때의 그 아드레날린 분비와는 결이 다릅니다.
이건 지적 에너지 소모라기보다는, 순수한 '인내심 자원'의 고갈에 가깝달까요?
기술적 논리보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프로세스적 관성'에서 오는 비효율성이 가장 큰 에너지 소모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