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안 했는데'가 가장 피곤할 때, 이 느낌 아는 사람? 요즘 들어 나만 그런 건지, 몸이 아프거나 눈에 띄게 지친 날이 아니라, 그냥 '기운이 없다'는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날들이 잦

    '아무것도 안 했는데'가 가장 피곤할 때, 이 느낌 아는 사람?
    요즘 들어 나만 그런 건지, 몸이 아프거나 눈에 띄게 지친 날이 아니라, 그냥 '기운이 없다'는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날들이 잦아졌다.
    누가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그런 모호한 피로감 말이다.

    마치 배터리가 50% 정도만 떨어진 상태에서, 막상 뭘 하려고 하니 그 50%가 10%로 뚝 떨어져 버리는 기분 같은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처리하고, 누군가의 말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내 할 일 목록을 머릿속으로 체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노동이 되어버렸다.
    특히 회사에서 하루 종일 회의만 듣거나, 혹은 끊임없이 스크롤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날이 제일 힘들다.
    눈앞에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는데, 그 정보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뇌가 쉬지 못하는 느낌?
    마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 기계 옆에 서서, 그저 윙윙거리는 소리만 듣고 있는 기분과 비슷하다.

    이럴 때면 내가 정말로 에너지를 많이 쓴 건지, 아니면 그저 '바쁘다'는 타이틀을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이 애매한 감정의 정체성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게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정주행하거나,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심지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끝없이 보는 것까지도 일종의 '활동'으로 정의하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활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피로도가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죄책감만 남는다.
    그래서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가장 완벽한 휴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냥 멍 때리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어 창밖의 구름이 움직이는 속도, 혹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의 리듬 같은, 주변 환경의 아주 사소하고 예측 불가능한 패턴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런 '비목적적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건 뇌에게 "지금 당장 생산적일 필요 없어.
    그냥 존재해."라는 허락을 내려주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가장 정제된 형태의 휴식으로 다가온다.
    이 '멍 때리기'의 기술을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할 것 같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자체가 가장 정제된 형태의 휴식이다.
    가장 중요한 휴식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