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나만 이런가요? 겉도는 시간 속에 갇힌, 설명하기 힘든 피로감에 대하여 요즘 들어 부쩍 '무기력함'이라는 단어가 제 삶의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혹시 나만 이런가요?
    겉도는 시간 속에 갇힌, 설명하기 힘든 피로감에 대하여
    요즘 들어 부쩍 '무기력함'이라는 단어가 제 삶의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건 몸이 아픈 피로랑은 좀 다르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어딘가에서 에너지가 새고 있다’는 느낌만 주는 종류의 피로예요.

    회사에서는 끝없이 쏟아지는 이메일 제목들을 훑어보면서도, 막상 그 내용을 읽고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이걸 읽고 다음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나를 채찍질하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마치 머릿속에 수백 개의 파일이 열려 있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클릭하지 못하고 그저 화면에 떠다니기만 하는 느낌이랄까요.

    주말에 푹 쉬고 나면 '다시 충전된 느낌'을 기대하지만, 막상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희미한 공허함만 남고 마는 거죠.
    특히 가장 괴로운 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가장 큰 죄책감을 안겨준다는 점이에요.
    자꾸 뭘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다 보니, 정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지하철에서 흘러나오는 백색소음을 그냥 듣고만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 '멍 때리기'가 사실은 뇌에게 주는 최고의 휴가 같더라고요.
    뭔가 목적을 가지고 스마트폰을 스크롤 하거나,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찾아보는 건 결국 또 다른 종류의 '정보 처리'거든요.

    그런데 진짜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주변의 빛의 변화나 바람 소리 같은 아주 사소한 자극들만 받아들이고 있을 때, 비로소 '아, 내가 지금 쉬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찾아와요.
    이게 진짜 쉼인가 싶기도 하고, 이 감정을 뭐라고 정확하게 명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게 가장 애매한 지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비생산적인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계획표에 '멍때리기 30분'처럼 항목을 넣어버릴 정도랄까요.
    처음에는 이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저를 혼내주기도 했지만, 꾸준히 해보니 오히려 다음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마치 배터리를 억지로 사용해서 깜빡거리는 상태가 아니라, 아주 천천히 자연스럽게 충전되는 느낌이랄까요.
    그 공백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는 것, 그 자체가 요즘 저에게는 가장 큰 자기 돌봄의 행위가 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가장 중요한 재충전은 생산적인 활동을 멈추고 비어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진짜 충전은 무언가를 채우는 활동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워내는 과정에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