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멍 때리고 싶은 날이 있다.
(feat.
의사결정 피로)**
본문 1
요즘 들어 부쩍 '정신적 피로'라는 게 뭔지 제대로 느껴진다.
몸이 아프거나 잠을 못 자서 오는 만성적인 피로랑은 결이가 완전히 달라.
마치 배터리가 닳은 것 같기보다는, 전원 버튼을 눌러도 어떤 '핵심 동력'이 작동을 멈춘 느낌?
회사에 가도, 학교에 가도, 특정 프로젝트나 큰 과제가 있어서 압박을 느끼는 순간의 피로가 아니야.
오히려 그런 큰 목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수많은 사소한 선택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검열하고 결정을 내리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 기분이야.
아침에 뭘 입을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이 메일에 이모티콘을 붙일지 말지, 친구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가장 적절할지 같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의 연속이 쌓여서 나를 지치게 만드는 거지.
문제는 이 선택들이 '나 자신'에 대한 결정이라기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최적화 작업 같다는 거야.
나는 지금 최적의 직장인 역할을 해야 하고, 최적의 친구 역할을 해야 하고, 최적의 학생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불안해지기도 해.
이 과정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라서, 이걸 '피로'라고조차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라 더 황당하고 지쳐.
주말에 푹 쉬어도 그 피로는 가시질 않고, 오히려 '주말 동안 뭘 해야 이 피로를 풀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의사결정의 숙제만 던져주는 것만 같아.
본문 2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우리가 너무 '주도권'을 쥐려고 애쓰는 건 아닐까?
삶의 모든 순간에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는 노력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거지.
마치 항해사처럼 늘 지도를 들고, 다음 10분 뒤에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저 너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계산하고 대비하느라 닻을 내리는 법을 잊어버린 기분이랄까.
이럴 땐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자체를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해 보여.
거창하게 '힐링 여행'을 떠나거나,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며 무언가를 '깨닫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그냥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시간이 더 절실하다는 거야.
예를 들면, 목적지 없이 기차를 타고 창밖 풍경만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 맡게 되는 흙냄새 같은 것들.
이런 비효율적이고 목적 없는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가장 온전한 나로 되돌려놓는 것 같거든.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그 실타래가 바닥에 툭 떨어지게 내버려 두는 것처럼 말이야.
그저 흘러가도록 허용하는 것, 그 '무위(無爲)'의 상태가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 아닐까 싶어.
복잡한 결정을 멈추고, 그저 흘러가는 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무목적적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