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느낌, 혹시 나만 느끼는 건가요?
(별일 없을 때의 시간 감각에 대하여)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란 게 정말 신기한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뭘 하든 늘 '시간이 빠르다'고 말하지만, 막상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전적으로 우리가 그 순간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붙잡으려고 애쓰느냐'에 달려있는 건 아닌가 싶거든요.
예를 들어,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혹은 너무 몰두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마치 몇 분 전의 장면이 방금 전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의 디테일들이 너무나 밀도 높게 쌓여있어서, 시간이라는 게 마치 잉크가 진하게 번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럴 때는 시간이 흘렀다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가 엄청나게 꽉 차버린 느낌?
마치 솜털 같은 공허함이 아니라, 알갱이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박힌 보석 상자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랄까요.
반대로, 별일 없이 그냥 흘러가는 오후 같은 경우는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특별한 할 일 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릴 때 느껴지는 시간의 늘어짐은 정말 기묘해요.
마치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는 것 같고, 방금 지나간 5분이라는 간극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이럴 때는 뇌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들어오는 자극 자체가 너무 희박해서 우리의 의식이 스스로 '빈 공간'을 크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시간의 흐름이라는 건, 사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감각적, 감정적 레이어를 그 순간에 쌓아 올리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나치게 바쁘게 돌아가는 날들은 너무 많은 자극을 한 번에 받아내느라 휘발되어버리고, 너무 여유로운 날들은 그 밀도가 낮아서 오히려 시간을 놓치고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디테일 포착 연습'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도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이 원두가 어떤 향을 내는지, 잔 표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의 궤적은 어떤지, 심지어 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옷감의 질감 같은 것들까지 의식적으로 붙잡으려고 해요.
물론 처음에는 너무 애쓰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 때도 많고, '이걸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싶을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에 의도적으로 '나 여기 있다'고 각인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보다, '내가 이 순간을 충분히 채워가고 있다'는 묘한 만족감 같은 게 따라오더라고요.
결국 시간을 붙잡는 방법은, 시간을 멈추게 하려는 시도보다는, 현재의 '밀도'를 높이는 데 있는 건가 싶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는 건 외부 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순간에 얼마나 깊이 몰입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시간을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식적으로 사소한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현재 순간의 밀도 높이기'입니다.